미국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는 지난해 인구가 2만1970명이 늘어 미국에서 최고의 ‘핫’한 도시가 됐다. 2위는 샌안토니오에서 차량으로 4시간 떨어진 포트워스로 1년 사이 2만1365명 증가했다. 텍사스는 여름철엔 폭염과 허리케인, 겨울철에는 한파, 평시에도 토네이도와 산불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총기 난사 사건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런데도 미국인들은 텍사스로 몰리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가 꼽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15곳 중 8곳도 건조한 내륙의 텍사스 도시였다.
외신들은 이를 비즈니스 프렌들리 환경 속에서 꽃핀 기업 투자의 힘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 대기업 본사를 가장 많이 확보한 주다. 텍사스엔 법인세·소득세는 물론 상속세까지 없다. 샌안토니오의 경우 일본 토요타가 2006년부터 주요 생산기지를 두고 있고, 포트워스엔 한국 LG전자의 공장이 들어서 있다. 삼성전자도 텍사스의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에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세울 당시 시 관계자들이 공사장 인근에 오피스를 얻어 인허가 등 행정처리를 신속하게 해줬다”고 전했다.
한국에도 텍사스주에 빗댈 수 있는 도시들이 있다. 인구 감소, 저출생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가 극대화된 상황에서 경기 화성시, 하남시 등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성시 인구는 54만862명에서 94만4342명으로 40만3480명 늘었다. 최저 평균 연령 1위, 지역내총생산(GRDP) 1위, 50만 명 이상 도시 중 고용률 1위 등 모든 경제·인구 지표에서 화성시는 단연 톱이다. 한때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있던 화성시가 기적의 역사를 쓴 셈이다. 이 또한 기업의 힘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화성시엔 삼성전자 등 3만 개에 가까운 기업이 입주해 있다. 화성시도 시내 산업단지 투자 기업이 화성시민을 신규로 채용할 경우 1년간 1인당 월 70만 원을 지원한다. 기업 투자가 곧 시민과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화성시가 잘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유치→일자리 증가→인구 증가 및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공식은 불변의 대원칙이자 글로벌 상식이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지역 소멸을 막고자 한다면 기업 친화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부양가족이 있을 가능성이 큰 30·40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해 보인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30·40대를 위한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다른 지역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이 늘어났다. 30·40대는 부양가족도 같이 이동하는 만큼 인구 유입 효과가 더 크다. 거꾸로 일자리를 잃은 가족들은 같은 시군구에 잔류하면서 비경제활동 인구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일거리를 찾아 다른 시군구로 이동하기 때문에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부채질하게 된다. 제21대 국회가 최악의 반(反)기업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문을 닫았다. 이제 제22대 국회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지역 소멸 위기와 저출생 극복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글로벌 상식의 눈으로 기업을 바라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