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부산 금정구의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원순환 강사와 장난감을 해체하면서 자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배우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지난 18일 부산 금정구의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에서 초등학생들이 자원순환 강사와 장난감을 해체하면서 자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배우고 있다. 부산시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 부산시 ‘우리동네 ESG센터’ 가보니…

헌 장난감·페트병 세척해 분류
재활용 업체들과 협력해 가공
타일·가방·모자 등 제품 생산
학생에 ‘자원순환 강사’ 역할도

“은퇴 후 잊었던 내 가치 확인
활력 찾고 사회 도움돼 보람”
9월부터 3∼5호점 개소 예정


부산 = 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집 안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센터에 출근하니 대화할 또래가 많아져서 즐거워요. 무엇보다 퇴직 뒤 잊고 있었던 저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습니다.” 지난 18일 부산 금정구의 ‘우리동네 ESG센터’ 1호점에서 만난 모건상(71) 씨는 정년퇴직 나이를 훌쩍 넘긴 고령에도 불구하고 매일 센터에 출근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센터 내 작업장에 삼삼오오 모여 낡은 장난감을 해체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 씨를 비롯한 어르신 근무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기후위기·고령화 시대에 ‘자원순환’과 ‘세대 이음’을 접목해 노년층의 사회적 역할을 찾아주는 부산시의 지속 가능 일자리 사업 시설인 ‘우리동네 ESG센터’가 최근 입소문을 타고 관심을 끌고 있다. ESG센터는 사회적 기업인 ‘코끼리 공장’이 부산시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사업 공간이다. 시는 2022년 12월 ESG센터 1호점을 개소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동구에 2호점의 문을 열었다. 이곳의 60세 이상 노년층 근로자 300여 명은 폐플라스틱을 새 제품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전처리 작업과 후반 작업을 한다. 이날도 1호점의 어르신 근무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헌 장난감 등의 폐플라스틱 제품이나 페트병을 세척·압착·해체한 뒤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색상과 종류에 따라 분류했다.



작업 대상인 폐플라스틱은 센터 밖에서 일하는 공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 종사자들이 주민의 도움을 받아 도시철도 1·2호선 역사, 부산역 등 공공장소에서 수거한 것이다. 시는 최근 지역 시니어클럽 소속 공익형 근로자 660여 명으로 구성된 ‘우리동네 사회 가치경영 자원순환단’을 발족하기도 했다.

폐플라스틱을 해체해 나온 부품은 재활용업체로 보내져 나일론 원사, 조립되지 않은 반제품, 꾸며지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섬유류 제품으로 가공돼 ESG센터 2호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 반가공품들은 조립·자수·염색·보풀 제거 등의 후반 작업을 거치는데, 2호점 제작실 한편에서는 방직기계가 나일론 원사로 작업용 장갑을 짜내고 있었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장난감, 타일, 티셔츠, 가방, 모자, 수건, 신발, 명찰, 조끼, 안전손잡이, 장식품 등으로 다양했다. 이 제품들은 2호점 판매 공간에서 팔리거나 제품 생산을 의뢰한 부산항만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의 공공기관에 납품된다. 최근 한국남부발전에서는 센터에서 최종 조립된 LED 조명 틀을 취약계층 가정에 무료로 설치했다고 한다.

센터 근무자들은 자원순환 업무 외에도 어린이집·유치원 원아와 초등학생을 상대로 자원 재활용 과정을 가르치는 강사 역할도 한다. 동서대에서 80시간 환경 강사 교육을 들은 이들이 주로 강의를 맡는데, ESG센터 업무를 소개하면서 자원순환의 전 과정을 알려주는 식이다. 아이들은 할아버지뻘인 강사와 장난감을 해체해 나온 부품을 모양·색상별로 분류하면서 자원이 어떻게 순환되는지 체득하고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경험한다. 또 센터에서는 수거된 장난감 중 쓸 만하다고 판단된 제품을 소독, 수리 등 처리 과정을 거쳐 별도 공간에 전시하는데, 아이들은 싫증 난 장난감을 전시품과 바꿔갈 수 있다.

이러한 센터의 자원순환 교육은 입소문을 타 지난해 1·2호점 합쳐 6000명이 넘는 어린이 방문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강의를 맡은 지 2년째인 퇴직 교사 출신의 60대 근무자는 “전문성을 살려 조금이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니 보람과 긍지가 생긴다”며 “또래 동료들과 매일 아이들을 만나면서 잃었던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말했다. 센터 관리자는 “한 60대 어르신은 센터 활동을 하면서 우울증이 호전됐다”며 “10개월 단위로 근무자를 모집하는데, 매년 3 대 1의 경쟁률이 나올 정도로 지역의 인기 있는 노년층 일자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시는 오는 9월 해운대구, 11월 영도·중구에서 ESG센터 3~5호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중구 센터는 폐원한 어린이집을 리모델링한 뒤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대안 사례로 꼽힌다.

배병철 부산시 사회복지국장은 “ESG센터가 탄소중립 과제와 고령화 문제의 해법을 동시에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한 부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ESG센터를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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