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때 전사한 김희정 중위
칠곡 응추리 주민들 추모식


칠곡=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당신이 목숨과 바꾼 생명 같은 땅에서 자란 농산물을 보냅니다.”

6·25 전쟁 당시 한 마을을 지키다 전사한 국군 장병 유가족에게 주민들이 농산물을 보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장병은 김희정 육군 중위로 70여 년 만에 이 마을 인근에서 유해로 발굴됐다.

경북 칠곡군 가산면 응추리 주민 20여 명은 20일 마을회관 앞에서 김 중위 추모식을 개최하고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유가족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가산면 응추리는 6·25 전쟁 최대 격전인 다부동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주민들은 마을 앞산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김 중위의 안타까운 희생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농산물을 보냈다고 밝혔다. 우편물은 고인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와 직접 재배한 고사리, 참기름, 마늘, 쌀, 감자 등 5박스다.(사진)

김 중위는 백선엽(1920∼2020) 장군이 지휘했던 육군 제1사단 15연대 소속으로 장교로 임관했다. 하지만 보름 만에 가산면 응추리 야산에서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국방부 유해발굴단은 2022년 9월 김 중위의 유해를 발굴, 유전자검사를 통해 지난달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19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이종록 응추리 이장은 “농산물은 고인의 희생이 씨앗이 돼 풍성하게 자란 것”이라며 “김 중위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주민들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평화의 도시’에 사는 주민답게 뜻깊은 일을 했다”며 “앞으로 이 땅을 지키다 희생된 수많은 호국영령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천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