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분없는 투쟁에 ‘길잃은 의협’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 무시에
임현택 회장 리더십 문제 제기
“의협 대의원과도 논의 안 해”
‘전공의 사직’ 종용 혐의 임 회장
경찰 출석해 “우리는 죄 없어”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임현택 회장이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 방침을 일방적으로 밝히며 내홍이 극심해진 가운데 의협 산하 16개 시도의사회에서 휴진에 반대하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이 의협 내부에서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을 무시한 채 결정된 만큼 이대로 강행된다면 집단 휴진 참여율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16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은 21일 임 회장을 만나 무기한 전면 휴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회장단은 임 회장에게 무기한 전면 휴진 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동시에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서 개원의들이 2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에 나선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는 의협 내부 논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사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은 ‘27일 무기한 휴진’ 결정을 전날 집회에서 처음 들어 당황스러웠다”며 “시도회장들과 회원들은 임 회장의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시도의사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의협은 시도의사회장들이 시군구의사회에 의사결정 사항을 전달하는 구조”라며 “시도의사회가 협조 안 하면 무기한 휴진은 현실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 감사단과도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의협 회원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을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하면 개원의 휴진 참여율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미 무기한 전면 휴진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시도의사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B 시도의사회장은 “무기한 휴진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며 “임 회장이 결정을 번복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C 시도의사회장은 “18일처럼 14%대 개원의 휴진 참여율을 끌어내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2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은 순탄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협 안팎에서는 임 회장 리더십에 대한 문제 제기도 분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병원장은 “의약 분업 이후 개원의 중에서 회비를 내는 회원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의사사회를 대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회장이 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며 “회비를 낸 회원만 투표권을 가진 정관을 바꿔 회장 선출 과정을 바로잡고 새로운 법정단체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의협 집행부를 교체할 수 있다. 의료법 32조(감독)에 따르면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할 때 정관을 변경하거나 임원을 새로 뽑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이날 전공의 집단 사직을 부추긴 혐의로 경찰에 재출석하면서 “나를 포함한 의협 전·현직 임원들은 특별한 죄가 없다”고 말했다.
권도경·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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