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분짜리 초단편 영화 ‘밤낚시’ 연출 문병곤 감독
매주 만나며 아이디어 공유
지난해 손 제안으로 구체화
“재밌는 시도라 생각했는데
관객 반응 따라오니 고무적”
“왜 車 카메라로만 찍었냐고?
이것이 작품 서사이자 핵심”
초단편 영화 ‘밤낚시’(감독 문병곤)가 극장가에 의미 있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자동차 카메라로만 촬영된 이 영화는 12분 59초란 짧은 상영시간에 요금이 1000원밖에 되지 않아 ‘스낵무비’ ‘천원영화’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리고 관객들은 새로운 시도에 평균 좌석판매율 60%라는 기록으로 화답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문병곤 감독은 “새 영역을 개척하잔 마음으로 했다”며 “재밌는 시도라 생각하고 밀어붙였는데, 관객 반응이 따라오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21∼23일 CGV에서 2차 상영되고, 7월 초엔 영화를 만든 과정을 담은 전시회도 예정돼 있다.
‘밤낚시’는 문 감독이 친구인 배우 손석구와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이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엔 둘 다 무명이었다. 이후 문 감독은 2013년 ‘세이프’로 칸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손석구는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문 감독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6∼7년 전부터 매주 한 번씩 만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언젠가 같이 작품 하자고 했었다”고 전했다. 문 감독은 “손 배우와 협업은 순수하게 창작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까 이전에 ‘넌 이게 좋아? 나는 좋아’ 하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의 협업은 지난해 1월 손석구가 문 감독에게 연출을 제안하면서 구체화됐다. 새로운 홍보 방식을 찾던 현대자동차는 자사 아이오닉 5의 카메라로 영화를 찍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손석구 측에 던졌고, 손석구는 문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문 감독은 “자동차 카메라로만 촬영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유일한 미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동차 카메라로 찍어야 하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련하는 게 어려웠다”며 “경찰이 증거 채집용으로 쓰는 보디캠을 떠올리고 실마리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한 요원(손석구)이 새벽에 전기차 충전소에 차를 세워둔 채 허공을 날아다니는 의문의 물체를 낚으려고 분투한다는 서사도 생겼다.
‘밤낚시’가 공개되자 아무래도 주연이자 공동제작자인 손석구의 존재감이 부각된 것이 사실. 연출자로서 아쉬움은 없는지 물어보니 문 감독은 손사래 쳤다. 그는 “중요한 점은 좋은 사람과 작품을 재미있게 만들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손 배우가 첫 촬영 날 무전기를 하나 주더라고요. ‘감독님’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무전기를 들어보라고 하고 사진을 하나 찍어줬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헌신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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