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바구니 물가 부담 가중
이상기후·병해 확산에 수확급감
배 10개 소매가 첫 6.5만원 넘어
사과 가격도 안 잡혀 39% 상승
“올 추석까지 계속 오를것” 관측
‘금(金)값’이 된 배(신고·상품) 소매가격이 최근 역대 최고치를 넘어서고 주춤했던 사과 소매가격도 고개를 다시 들면서 올해 추석(9월 17일)에 ‘과일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상 기후로 전 세계적으로 농가들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과수 화상병과 흑성병의 확산 조짐마저 보여 배와 사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제기되고 있다. 두 과일의 저장량이 소진되고 정부 지원도 축소된 상황에서, 농업·농촌 연구기관은 초가을 전까지 배와 사과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농업계에 따르면, 올해 배와 사과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지난해 봄 냉해와 여름 잦은 호우 등에 더해 병해가 확산하면서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19일 기준 배(신고·상품) 소매가격은 10개 기준 6만5390원으로 처음으로 6만5000원 선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화일보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결과, 신고배 한 개가 90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같은 기준 사과(후지·상품) 소매가격도 3만3894원으로, 전년 동기(2만4312원) 대비 39.4%나 올랐다. 배와 사과값은 정부가 납품단가와 할인지원 등 장바구니 물가 안정 대책들을 집중적으로 시행한 3월 중순쯤 안정세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저장량이 소진되고 정부 지원도 축소된 영향 등으로 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말 기준 국내에 저장 중인 지난해산 사과 물량이 4만4000t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사과 생산량(39만4000t)의 11.1%에 불과하다.
올해 추석까지 배와 사과값이 우상향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6월호 과일’ 보고서에서 “이달 후부터 초가을 전까지 배와 사과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1%, 21.3%씩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올해는 봄철 냉해 등 저온 피해가 지난해보다 적어 추석 성수기 시점에는 공급난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충남과 충북 지역을 시작으로 최근 경기와 강원, 경북, 전북까지 과수 화상병 피해가 번지면서 배와 사과값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 29일 전국에 과수 화상병 위기단계를 심각 바로 아래 단계인 ‘경계’로 격상했다.
최근 국내 최대 배 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주로 배를 감염시키는 곰팡이균 흑성병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도 우려를 낳고 있다. 농식품부는 전날 “과수 화상병과 흑성병 피해 면적이 미미해 올해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농가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배와 사과값이 올해 햇과일이 나오기 전까지는 강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며 “특히 최근 발생한 과수 화상병과 흑성병 때문에 두 과일 생산량에 영향이 가지는 않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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