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0일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1만9944명으로 3년 만에 2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결정세액도 12조 원으로, 10년 전(2013년 1조3630억 원)보다 9배 늘었다. 상속재산 10억∼20억 원 구간 신고 인원이 전체의 43%인 784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극소수 부자에 국한됐던 상속세가 중산층에 대한 징벌세로 변질한 것이다. 지난 주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물꼬를 튼 상속세 개편 논쟁이 본격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 등은 20일 세제개편 토론회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가 상속세”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세율, 24년째 변함없는 과세표준 구간, 28년째 10억 원으로 묶여 있는 공제 한도 등이 모두 문제”라고 의견을 모았다. 엄태영 의원은 현행 50%인 최고세율을 30%로 내리는 상속세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과세표준 구간도 5단계에서 3단계(1억 원 이하는 10%, 1억∼30억 원은 20%, 30억 원 초과는 30%)로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에 앞서 역대급 세수 결손 대책부터 내놓으라”고 반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 후유증으로 한국판 ‘자산 엑소더스(대탈출)’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은 1200명으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에 오를 전망이다. 중국은 부자를 탄압하는 게 문제고, 영국은 2020년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부유층의 엑소더스가 봇물을 이룬다. 한국은 과도한 상속세와 반기업 정서가 배경으로 분석됐다. 미국·캐나다·호주 등 사실상 상속세가 없는 곳으로 옮겨간 점이 방증이다. 자산 엑소더스는 투자·소비·일자리도 함께 증발하는 불길한 징조인 만큼 서둘러 상속세를 개편해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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