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들을 수사 중인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경찰이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들을 수사 중인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주고받는 수법만 더 교묘해져
면허 취소되는 사례 10% 불과
“상품명 아닌 성분명 처방해야”


지난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됐음에도 의료계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은 이유로는 의사가 의약품 선택을 독점하는 유통 구조와 가벼운 처벌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의사들은 처방권을 독점하고 있다. 어떤 약을 환자에게 쓸지 결정하는 권한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제약사는 자신들의 매출을 결정짓는 의사와 의료기관에 집중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 ‘뒷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상장 제약회사들의 광고비, 접대비 등과 관련된 판매관리비 비중은 전체 매출의 31.18%로 집계됐다. 일반 제조업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10% 초반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솜방망이 처벌’도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이익을 제공받은 의료인과 이를 제공한 자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2010년에 도입했지만 관행은 근절되지 않았고 수법은 더욱 교묘해졌다. 신현호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쌍벌제 도입 이후 리베이트는 주로 현금으로 오가는 등 음지화됐기 때문에 기록도 남지 않아 적발이 어렵다”며 “의사 여러 명에게 공급하다 보니 단위 액수가 큰 제약사 직원은 구속되는 반면 의사는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처벌이 자격정지 정도에 그쳐 의사들의 경각심이 낮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의사들이 받은 행정처분 224건 중 면허취소는 23건(10.3%)에 불과했다. 자격정지가 147건(65.6%)으로 가장 많았고, 경고도 54건(24.1%)에 달했다.

의료계에서는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의약품을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단순 성분명 처방 도입은 리베이트 대상을 의사에서 약사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며 “저가 제품 선택을 유도해 약값을 낮추는 등 다른 제도적 장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운·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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