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권익 ‘간절함’, 2000(h)×860×1500㎝, 철 판금, 2024.
조권익 ‘간절함’, 2000(h)×860×1500㎝, 철 판금, 2024.


잊을 만하면 또 꿈을 꾼다. 군에서 전역한 지 40년이 되었건만, 아직도 꿈에서는 군복을 입고 있다.

대한민국 남성들의 무의식에는 여전히 지켜야 할 무엇이 있어서가 아닐까. 세계가 혼란스럽게도 새로운 냉전 국면에 처해 있으니 말이다. 한창 공부하고 사랑해야 할 청년들 대신 나서고 싶은 마음이다.

판금 모델링의 장인 조권익. 앙상하게 마른 형상과 구부정한 포즈의 근작은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큰 원에서 떨어져 나온 호(弧) 모양의 곡면을 띤 사각 파이프 구성에서 어떤 여유와 재치마저 엿보인다. 바로 이런 감각적 요소들은 심각할 수도 있는 서사를 담담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사람 형상이면서도, 토끼나 곤충을 연상케 한다. 자신의 서사가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공유하는 이치 같은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닐까. 어떤 부재나 결핍, 곧 실존적 상황을 암시하며, 내면의 간절함을 진지하게 호소한다. 공동체든 개인이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그것이 무언지를 묻는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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