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통신비 인하 드라이브에 중소업체들 생존기로
이통3사, 2만원대 요금제 출시
전환지원금 보조금도 악재로
국민銀·토스 이어 우리銀까지
금융권의 시장진출도 큰 부담
정부, 망 대가 인하추진하지만
업계 “알뜰폰 혜택법 제정 필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생존 기로에 섰다. 올해 초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2만 원대 5세대(G) 이동통신 요금제를 출시하고 나서면서 알뜰폰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형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무선 통신 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 알뜰폰(MVNO) 회선 가입자 수는 921만2813명으로 전월 대비 4만6141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역대 증가세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줄어든 수치다. 올해 월별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를 보면 1월이 12만6014명, 2월 12만4993명, 3월 19만4117명이었다. 업계에선 하반기 알뜰폰 가입자가 순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사람은 12만332명이었지만, 4월에는 7만3727명까지로 38.7% 줄었다. 반대로 알뜰폰에서 이통 3사로 갈아탄 사람은 같은 기간 4만2272명에서 5만9276명으로 늘었다.
그동안 알뜰폰은 5G 요금제를 싼값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지난 1분기 3만 원대 5G 요금제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2만 원대 요금제까지 내놓으면서 알뜰폰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6GB를 월 2만7000원에, LG유플러스는 2만6000원에 쓸 수 있다. KT는 월 3만 원에 5GB를 제공한다.
정부가 이통 3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전환지원금’ 제도도 알뜰폰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3월 도입된 이 제도는 3사 간 번호 이동 시 최대 50만 원의 보조금을 준다.
금융권의 시장 진출도 알뜰폰 업계에 부담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0일 LG유플러스와 ‘알뜰폰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내 사업 시작을 목표로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세부 업무를 협의 중이다. 양 사는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차별화된 금융통신 상품·서비스 개발, 알뜰폰 시스템 적기 구축 및 안정적 운영을 위한 협력, 지속 가능한 협업 모델 창출 등을 위해 협력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은행에 앞서 KB국민은행과 비바리퍼블리카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은 이달 초 보이스피싱 예방에 특화한 요금제 2종을 내놨다. 등록 번호 스마트폰이 통화 중이면 국민은행 자동화기기(ATM) 거래를 자동으로 제한한다. 중소 알뜰폰 업체로선 따라가기 어려운 서비스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도, 정작 저소득층이나 학생들이 쓰는 알뜰폰 혜택에 대한 법은 만들지 않고 있다”며 “알뜰폰 망 도매대가(이통 3사로부터 망을 빌리는 대가로 내는 금액) 가격 산정을 과기정통부 장관 고시로 사전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지원책으로 망 도매대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선 비용이 줄어들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만큼, 이르면 올해 가을쯤 알뜰폰 요금제 가격이 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오는 8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목표로 이통 3사와 알뜰폰 사업자 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직전 도매대가 인하는 지난 2022년 12월에 이뤄졌다. 당시 음성·데이터 도매대가는 각각 14.6%, 19.8% 내렸다. 이번 협상에서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도매대가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통신 업계 경쟁 촉진을 위해 추진했던 제4 이동통신사 출범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협상 일정 및 인하 수준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해 말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관련 브리핑에서 “이통 3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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