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박용(39), 이지윤(여·37) 부부

중학교 2학년 때인 2002년 친구를 따라 펜싱부에 들어간 저(지윤)는 시합장에서 당시 고등학교 1학년 펜싱선수였던 남편을 처음 만났어요. 그때는 서로 이성적인 관심은 물론이고 친분도 없는 상태였어요. 그저 다른 평범한 친구처럼 당시 유행하던 싸이월드 방명록에서 인사를 나누며 기약 없이 “언제 한번 만나자”는 말만 주고받았죠. 그러다 남편이 군대 시절 마지막 휴가를 나왔을 때 대학로에서 만나 술자리를 가졌어요. 제가 남들에게 안주를 먹여주는 버릇이 있는데, 남편은 이걸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였더라고요. 며칠 뒤 남편이 제게 고백했고 그렇게 연인이 됐습니다.

만나다 보니 위기의 연속이었어요. 둘 다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빼면 공통점이랄 게 없었거든요. 저는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는 스타일이지만, 남편은 불편하면 입을 다물어 버리는 사람이었어요. 결국, 다툼을 반복하다 4년 정도 만난 뒤 이별했습니다.

이별 후 수개월이 지나 한 선배가 술자리에 저를 불렀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남편도 있다는 거예요. 당시 저는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정한 상태라 어차피 다시 볼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고 나갔는데, 어쩌다 보니 다시 만나게 됐네요. 남편도 저를 따라 호주에 왔고 2년간 호주에서 살며 사랑을 키웠어요.

다시 만난 우리는 최대한 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자제하려고 노력했어요. 서로 진지하게 대화를 많이 했고요. 일례로, 싸우면 밖으로 나가버리는 행동을 오빠가 싫어하길래 싸워도 한 공간에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 연인이 된 지 16년이 지난 올해 3월 저희는 결혼해 정식 부부가 됐습니다. 허례허식을 생략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니 결혼 준비가 매우 빠르게 진행돼 식장 예약 후 48일 만에 결혼했어요. 결혼 초창기엔 마치 다 큰 아들을 키우는 것 같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로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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