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稅收) 부족액이 벌써 9조 원을 넘었다.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확실해지자 기획재정부가 조기 경보까지 발동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1∼5월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9조1000억 원(5.7%)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까지 부족액이 14조∼19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가 급감한 데 있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는 모두 증가했다. 기재부는 올해 성장이 살아나고 있고, 부진했던 내수도 하반기엔 다소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희망 사항으로 기대를 부풀려봐야 헛일이다.

정부의 재정 여력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야당이 거론하는 현금 살포용 추가경정예산은 더 근거가 약해졌다. 올해 성장에서 재정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상 상황이라도 무차별 돈 풀기에 의존해선 안 된다. 1분기 1.3% 깜짝 성장에서 재정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전 분기(0.2%포인트)보다 낮아진 반면, 민간 기여도는 0.4%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급증했다. 기업이 잘돼야 세수도 소득도 늘어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이런 선순환을 이루려면 국회부터 달라져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 특별법을 제22대 국회 1호 민생법안으로 발의했지만, 1인당 25만 원을 주려면 12조8193억 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양곡관리법과 노란봉투법도 재발의할 태세다. 재계 2위인 SK그룹조차 생존을 위해 사업 통폐합과 병행해 인공지능(AI)·반도체에 2028년까지 10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안간힘을 쓴다. 이런데도 국회는 AI 기본법,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조차 마냥 늦추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상속세·금융투자소득세 개편에 다시 부자 감세 프레임을 꺼낸다. 세수 펑크 대책은 분명하다. 포퓰리즘 지출은 줄이고, 단기적 세수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기업 활력을 키울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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