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민의 정치카페 -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전법
韓 ‘채상병 특검법’으로 대권레이스 시작… 전대 구도는 ‘하나뿐인 反尹 vs 분산된 非韓’
TV토론, 羅·元 경쟁력, 윤심 향배가 변수… 보수 넘어 대한민국 정치자산 되는 길 고민해야

한 후보에겐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과 성찰 대신 대권 의지가 돋보인다. 나·원·윤 후보에겐 당과 국가의 미래 비전 대신 “한동훈 배신자” 공격이 유독 눈에 띈다. 여당 전대가 외연 확장이 아닌 축소 지향으로 가는 형국이다.

◇초반 판세
반윤 그룹의 빅샷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7·23전대 레이스에 불참하면서 반윤 표는 자연스럽게 한동훈 후보에게 쏠렸다. 반면 비한계의 표심은 나경원·원희룡·윤상현으로 나뉘었다. 즉 여당 전대가 ‘하나뿐인 반윤 vs 분산된 비한’의 대결장이 됐다.
한국갤럽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당 대표 선호도 조사 결과(518명, 표본오차 ±4.3%포인트)는 한동훈 38%, 나경원·원희룡 각 15%, 윤상현 4%였다. 한국갤럽 측은 “한동훈 대 비한동훈 구도가 38% 대 34%여서 막상막하”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층만 보면 한 후보 지지가 절반을 넘는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①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승리를 거둘 것인가 ②결선투표로 가면 나·원·윤 후보의 표가 뭉칠 것인가 ③당심은 민심과 일치할 것인가 혹은 분리될 것인가. 202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후보는 민심에서는 이준석 후보에게 크게 뒤졌지만 당심에서는 다소 앞섰던 사례가 있다. 3인의 비한 후보는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실망한 당원들이라 할지라도 새 당 대표가 임기 절반도 넘기지 않은 대통령과 계속 충돌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지, 초거대 야권을 상대로 한 국회에서 원외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게 맞는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원·윤 후보가 또 하나 믿는 것은 ‘당심 8 대 민심 2’라는 룰이다. 이는 민심에서 20%포인트를 진다 해도 당심에서 5%포인트만 앞서면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민심에서의 열세를 그 4분의 1의 당심 우세로 만회한다’는 게 나·원·윤 3인 후보의 승리 공식이다.
◇당권과 대권
한동훈 후보의 전대 출마는 상례에 안 맞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 후보의 전대 출마가 ‘이례적’이라는 이유로 ①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사람의 당권 도전이 적절치 않다는 점 ②대권 선호도 1위가 현직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반(反)대통령’을 천명한 사례가 없다는 점 ③대권 1위가 당권까지 가지면 대통령의 레임덕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22대 총선 참패 책임론을 ‘윤7한3’(윤석열 7할 한동훈 3할)으로 본다 하더라도 한 후보의 책임이 가볍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 도전 명분은 약하다. 한 후보 주변에서 그의 당권 도전을 말렸던 일부 측근들도 총선 패배 후 조기 등판 명분 부족을 우려했다.
한 후보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총선 패배 후) 1년 이상 성찰하려 했지만, 국민이 우리 당에 대한 심판 모드를 거두지 않았다. 지금 내가 나서는 게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 기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성찰적 자세는 찾기 어려웠다. 여당 인사 A 씨는 “한 후보와 만나 세 가지에 놀랐다”고 말했다. 하나 극단적 엘리트 의식, 둘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 셋 총선 참패 책임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
한 후보는 전대 출마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민심이 특검을 원한다”는 것이다. 한 후보의 특검 카드는 대권용이다. 그는 CBS 라디오에서 “지지자들은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원한다. 내가 가장 잘 싸우고 이길 수 있는 사람 아닌가. 그게 나라고 당원과 국민이 판단한다면 내가 왜 피하겠나”라고 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이미 전대 레이스 참여를 선언한 듯했다.
◇축소지향 전대
나·원·윤 등 세 주자는 일제히 ‘한동훈=배신자’론을 꺼내 들었다. 원 후보가 윤-한 갈등의 과거와 미래를 부각하면서 공격 제일선에 나섰다. ‘박근혜 탄핵’ 사태 와중에 ‘배신자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전통적 보수층의 정서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원 후보는 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윤 대통령과 한 후보 사이의 충돌을 ‘약속 대련’으로만 생각했지만 그게 실상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아 당 대표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화와 배신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했다. 나 후보도 ‘한동훈=배신자’론에 적극 가담했다.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했다. 한 후보의 ‘사익=대권욕’을 비판한 발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의 초선 B 의원은 “한 후보에겐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성찰은 없이 대권 의지만 드러났고, 나·원·윤 후보에겐 미래 비전 대신 한동훈 배신자론 공격만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C 의원은 “중량감 있는 후보들이 당권 주자들로 나와 기대를 많이 했는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당 외연 확장이 아닌 축소 지향으로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평했다.
약 3주 후의 여당 전대 결과는 세 가지 변수가 가를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동훈 현상의 지속 여부. 수차례 TV토론을 거치면서 그 결과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둘째 나·원 후보 중 누가 최후의 한동훈 대항마가 될 것인가. 셋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와 윤심. 국정 지지도 상승과 윤심 영향력은 비례한다. 국정 지지도가 올라가면 한 후보에 대한 지지의 폭과 강도가 약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어대한? 아대몰!
전대 결과는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일까. 단언하기 힘들다. 아직 3주가량, 결선투표로 갈 경우 근 한 달이 남았다. 선거에서는 ‘일일이 여삼추’다. 살아 움직이는 변수들이 있어 ‘아대몰’(아직 대표가 누군지 모른다)이다.
아쉬운 점은 전대 주자 4인이 모두 보수의 자산을 넘어 대한민국의 자산이 돼야 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정치를 더 경험하고 더 성찰하며 인간미를 보여야 한다. 나 후보는 중도 확장성을 고민해야 한다. 원 후보는 ‘윤의 색채’를 빼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윤 후보는 험지 5선의 경륜을 대중성으로 바꿔내야 한다. 그래야 보수의 미래가 있는데, 아직 그런 기미는 없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용어설명
한동훈의 ‘채상병 특검법’은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의 그것과 다름. 하지만 ‘공수처 수사 이후’라는 여당 당론과 어긋나며 야당의 특검 프레임에 말리는 것이라는 지적 나와.
‘배신자 트라우마’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가 여당 내부에서 주도됐고 이것이 보수의 분열이라는 깊은 상처를 만들었다는 것. 비박 유승민이 오랜 시간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음.
■세줄 요약
초반 판세 : 반윤의 빅샷 안철수·유승민이 전대 레이스에 불참하면서 반윤 표는 자연스럽게 한동훈에게 쏠려. 반면 비한 표심은 나경원·원희룡·윤상현으로 나뉨. 與 전대가 ‘하나뿐인 반윤 vs 분산된 비한’의 대결장 돼.
당권과 대권 : 한동훈이 ‘채상병 특검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다분히 대권용임. 그는 대권 도전 질문에 “당원과 국민이 ‘내가 가장 잘 싸우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면 내가 왜 피하겠나”라고 대권욕을 드러냄.
축소지향 전대 : 이에 나·원·윤 등 세 주자는 일제히 ‘한동훈=배신자’론을 제기. 여당 전대가 외연 확장 아닌 축소 지향으로 가는 형국. 향후 전대는 TV토론, 나경원·원희룡의 경쟁력, 윤심 향배 등 변수에 좌우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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