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현,‘M아티스트’첫 무대
보헤미안 주제로 4회 공연
“방랑자 같은 내 상황 투영”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스스로 실력을 증명하고, 관객들이 그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연주자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준우승,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입상. 10대에 이미 세계적 콩쿠르에서 날고 기었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25·사진)은 아직 관객들의 ‘관심’이 고프고, ‘인정’받고 싶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 바이올린을 시작했다”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을 지난달 24일 만났다.
올해 마포문화재단 상주음악가 ‘M아티스트’인 김동현은 3일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12월까지 4회에 걸쳐 공연한다. 주제는 ‘보헤미안’. 지난해 9월 스승인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 크리스토프 포펜을 따라 스페인 마드리드로 적을 옮긴 김동현은 “지금 한곳에 정착해 살지 않고 보헤미안처럼 살고 있다 보니 주제가 어렵지 않았다”며 “방랑에 가까운 잦은 여행, 유럽과 한국을 오갈 때 공항에서 우두커니 서 있으며 느꼈던 외로움 등을 음악으로 풀어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현은 1∼4회 공연에 대해 성장을 ‘확인’받고, ‘도전’을 선언하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라벨과 프로코피예프는 그가 보헤미안이란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음악가. 주제에 충실한 음악으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접근한 이후, 10월엔 KBS교향악단과 낭만주의 음악의 극치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테크닉과 표현력 모두 최대치로 필요한 곡이다. 김동현은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한 지 5년이 넘었다”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면서 그동안 성장을 확인해볼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12월 리사이틀에선 45분에 달하는 메트너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을 들려준다. “앞으로도 도전을 하겠다는 메시지예요.”
김동현은 인터뷰 내내 ‘성장’과 ‘증명’을 강조했다. 그가 가진 승부욕은 유명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나간 콩쿠르에서 더 어린 친구들에게 밀려 떨어진 게 분해 그때부터 바이올린을 놓지 않았다. 밤새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경우도 있단다. 학업과 연습, 연주 일정을 쪼개다 보면 결국 야심한 밤에야 시간이 난다는 것.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바이올린이니까 제 바이올린 연주를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 좋겠어요. 제가 관심받는 걸 좋아하나 봐요.”
김동현은 여행 등 짬이 날 땐 영화를 즐겨 본다. 한국 영화 ‘부당거래’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꼽은 그는 “연주자는 연기하는 배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도 작품마다 놀랍도록 다른 사람이 돼 있듯 연주자도 그걸 목표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대 때 이미 화려한 콩쿠르 성적을 거뒀던 김동현은 요즘 다시 콩쿠르 도전을 고민한다고 전했다. “콩쿠르마다, 그리고 콩쿠르 성적마다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친 그는 “이 시기를 지나가기 아깝고, 욕심이 나는 면도 있다. 더 좋은 기회가 있다면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든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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