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서울 강남 ‘라쥬도르’

디저트를 사랑하는 애호가라 자부하는 이들은 취향에 맞는 ‘나만의 디저트 맛집’을 한 곳 이상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향이나 맛의 감도가 명확한 곳들은, 마니아나 다름없는 단골손님들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저는 디저트에 향을 입히는 다양한 기술 중에서 감미(甘味), 즉 단맛을 표현하는 데 있어 향으로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법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향을 입히는 방법 중에는 과실의 자연스러운 산미와 감미를 입히기도 하지만, 리큐르를 더해 예상치 못했던 방면에서 맛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기술도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표현하는 유명한 제과 셰프 중에 일본 도쿄 오봉뷰탕(Au Bon Vieux temps)의 가와타 가쓰히코 셰프의 과자를 늘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다른 일로 도쿄를 가게 될 때도 시간을 따로 내 방문할 만큼 애정하는 곳입니다만, 한국에서도 오봉뷰탕 출신의 멋진 기술자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아시는지요.

리치몬드 과자점의 다쿠아즈, 공주 밤파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서울 연희동 ‘온고 파티스리’의 권형준 파티시에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연희동까지 자주 갈 수 없는 분들에게 새로운,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어 소개를 하려 합니다. 권형준 파티시에의 직속 후배인 오봉뷰탕 출신 정종우 파티시에가 작은 과자점을 새로 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지 6개월이 된 정종우 파티시에의 매장 이름은 라쥬도르(L’age D’or), 황금시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 40여 년의 시간 동안 오봉뷰탕을 거쳐 간 많은 기술자가 있습니다만, 확실히 이곳 출신 파티시에들은 프랑스 전통 과자를 계승하는 방향이나 공간의 테마를 잡는 기준이 명확한 편이라 소비자들에게는 꽤 즐거운 관전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갸토나 구움과자를 메뉴로 구상할 때의 제철 과일을 사용한 메뉴, 클래식한 레시피로 이어져 오고 있는 향토 과자의 기초를 크게 무너트리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담아내는 굳건한 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과자를 디스플레이 하는 방식에서도, 직접 손글씨로 적어 낸 필기체의 메뉴 이름표에서도 한결같이 자신이 만드는 과자에 대한 확신이 느껴집니다. 이곳에서는 우직하게 오븐 앞에서 밀가루와 계란, 버터와 설탕으로 마법을 만들어 내는 마술사 같은 파티시에들이, 계절에 따라 그리고 오랜 시간 수련해 오면서 적어 내려간 손때 묻은 레시피 노트 속에서 수많은 레시피를 꺼내 조금씩 요즈음의 감각을 더해 만들어 내는 메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몇백 년 전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프랑스 향토과자의 정신과 정취를 2024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경험은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닙니다. 작은 매장의 테이블에 앉아 바닐라빈이 촘촘히 박혀 있는 ‘꾸덕꾸덕하게 진한’ 크렘 파티시에가 가득한 슈크림을 홍차와 함께 맛볼 수 있는 곳. 소중한 이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사과 파이나 라스멘느라는 이름의 오렌지 파운드를 주문한다면 제대로 잘 만든 과자의 농후함과 향을 만끽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서울시 강남대로 95길 48-6 102호 / 02-6012-0513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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