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서치 기관 가트너는 오는 2030년까지 전통 금융기관의 80%가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Z세대가 향후 주요 경제 주체가 되는 시대에는 모바일 플랫폼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부터 지방까지 전국에 보유한 영업점 수가 1100개에 이르고, 고령층 고객이 많은 NH농협금융그룹이 뒤늦게 슈퍼앱 경쟁에 뛰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은행을 중심으로 증권·보험 등 비은행 서비스를 포괄하는 종합금융플랫폼을 지향하는 비전 자체는 경쟁사들과 동일하다. NH농협은행이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계열사들이 별도 출시한 플랫폼을 하나의 앱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다음 과제는 차별화다. NH농협은행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선도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이 최근 개편한 ‘NH올원뱅크’의 금융상품몰 화면. NH농협은행 제공
◇올원뱅크 중심의 플랫폼 통합 = NH농협금융은 지난 2016년 8월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에 플랫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가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 출시에 열을 올린 것과 달리, 올원뱅크는 7년 넘게 같은 브랜드를 유지하며 성장해 왔다. 간편 금융서비스뿐 아니라 농협금융·경제 계열사 제휴 서비스, 부동산 조회 등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입 고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슈퍼플랫폼으로서 올원뱅크의 새로운 청사진은 금융·생활·인증 서비스가 ‘하나로 다 해결되는’ 앱이다. 현재 스마트폰 앱 마켓에서 농협은행을 검색하면 올원뱅크 외에 ‘NH스마트뱅킹’ ‘NH콕뱅크’도 같이 노출된다. 이렇게 계열사별로 분산된 서비스를 올원뱅크 한곳에 모으고 연결해 쉽고, 편리하며,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원뱅크는 플랫폼 홈 화면 재구성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NH농협은행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뱅킹’을 이룰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중심의 슈퍼플랫폼, 증권의 자산관리와 토큰증권(ST) 플랫폼, 생명보험의 헬스케어산업 등 주력 플랫폼과 계열사별 연관 고객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딥러닝 기반 AI 상품 추천 = NH농협은행은 지난 6월부터 ‘AI금융상품 추천서비스’를 영업점 마케팅 허브와 올원뱅크 등 비대면 채널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절세, 투자 등 고객의 관심사와 고객별 실제 금리, 부동산 보유 등에 대한 예측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머신러닝(ML)과 딥러닝(DL) 방식을 모두 활용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부터 운영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기계학습 운영(MLOps)을 적용해 금융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고객은 실시간으로 현시점에 가장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받는다.
예를 들어 퇴직을 앞둔 직장인에게는 노후 자금 니즈를 분석해 적합한 개인연금 상품을, 환율 변동성이 높은 시기 해외 송금이 많은 고객에게는 외화 예·적금을 추천한다. 운전 자금이 필요한 개인사업자에게는 맞춤형 정책대출 상품을,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에게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투자성향 등급에 적합한 상장지수펀드(ETF)나 투자 고수들이 가입하는 펀드 등을 추천하는 등 고객 맞춤형 추천이 가능하다.
설명 가능 인공지능(XAI) 기술을 적용해 딥러닝으로 도출한 금융상품을 추천한 이유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는 공급자가 아닌 고객 중심의 상품 추천”이라며 “하반기에는 상품 추천에 생성형 AI까지 연계하도록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AI 대화형 ATM 도입을 위한 ‘4무(無) 금융서비스 PoC’(Proof of Concept·개념 검증)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생체인식 성능 및 안전성 △AI 대화형 뱅킹을 통한 금융거래 간편화 △행동 및 감정 분석을 통한 이상 거래 탐지를 검증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이 최근 출시한 딥러닝 기반 개인맞춤형 ‘AI금융상품 추천서비스’광고 모습. NH농협은행 제공
◇블록체인 사업 선두 두각 = NH농협은행은 국내 은행권 중에서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 중인 블록체인 기술을 향후 플랫폼 차별화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산을 수탁하는 서비스가 미래 금융산업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토큰증권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선제적으로 기울여 왔다. 토큰증권은 디지털 증권 방식으로 유무형 자산의 유동화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을 제도화한 가운데, NH농협은행은 조각투자 사업자가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전용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와 분산원장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22년에는 혁신적인 발행인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예치금을 분리 보관해 주는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원하는 블록체인 민간 분야 집중·확산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NH농협은행은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비디젠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을 구축하고, 해당 플랫폼에서 조각투자 사업자들이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