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전쟁’ 흥행 재현 노리는 2편 개봉
‘경제대국…’ ‘목련이 필때면’
산업화·새마을운동 등 그려
‘박정희 부각’ 보수층 열망 반영
일각 진영간 분열 조장 우려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대 좋아하는 대통령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극히 드물었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과오가 워낙 선명해 진영에 따라 평가가 극단적으로 나뉘기 때문. 그런데 올여름 극장가에 때아닌 ‘박정희 바람’이 불고 있다. 뮤지컬 실황 영화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와 가수 김흥국이 제작에 나선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이 그 주인공이다. 두 영화 모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깜짝 흥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과의 연결고리를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는 ‘뮤지컬 박정희’ 후속작인 뮤지컬 ‘육영수, 그 시절의 아카시아’ 공연 실황이 담겨 있다. 영화는 1950년 12월 대구 계산성당에서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가 결혼식을 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이후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스코(옛 포항제철)를 비롯한 수출 주도 산업화, 새마을운동 등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이어진다.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과 일제강점기에 나라 잃은 설움을 가졌던 청년 시절이 회상 장면으로 보인다. 육 여사가 소록도를 찾아 한센병 환자들을 위로하거나 판자촌을 방문한 이야기도 주요하게 담긴다.
영화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의 비중이 비슷하다”며 “육 여사의 이야기는 감성을 어루만지고,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은 시원함을 안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뮤지컬 박정희’에서부터 이 작품까지 100회 넘게 육 여사 역을 소화한 배우 김효선은 “육 여사를 표현하기 위해 알아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광복절에 개봉할 예정인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도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박정희 정권의 경제 발전사를 주요하게 다룬다. 특이한 점은 영화가 해방 정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제작자 김흥국은 3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건국전쟁’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면, 대한민국을 잘사는 나라로 만들면서 그 과업을 완수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흥국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따 ‘흥.픽쳐스’란 영화사도 설립했다. 김흥국은 “아직도 어른들은 박 전 대통령 덕분에 우리나라가 먹고산다고 하고, 잊을 수 없다고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영화가 이제야 나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잇달아 박 전 대통령과 육 여사 부부의 인간적 면모와 업적을 부각하는 영화가 개봉되는 배경엔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한 ‘건국전쟁’의 성공이 크게 자리한다. ‘건국전쟁’은 여권 정치인들의 ‘관람 인증 릴레이’가 벌어지는 등 보수층이 결집하며 117만 관객을 모았다. 정치인을 다룬 다큐멘터리로는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종래 정치인이나 근현대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좌우 대결 구도가 극심해지며, 보수 진영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열망이 커진 이유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7·23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을 인공지능(AI)으로 되살려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영화 역시 정치권과 굳이 거리를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목련이 필 때면’은 오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시사회를 진행한다.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도 언론 시사회에 앞서 지난달 25일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는 VIP 시사회를 먼저 열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경제 개발이란 긍정적인 관점, 독재에 대한 비판적 관점 모두 조명할 여지가 있어 충분히 영화적으로 다룰 만한 인물”이라며 “업적과 성과를 있는 그대로 조명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특정 진영의 관점을 일방적으로 담는다면 진영 간 대립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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