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춘천서 ‘민·민 갈등’

시범지구 지자체 250억 자부담
추가사업비 충당위해 건립 추진
찬성측 “방치된 지역 개발 기회”
반대측 “부동산 투자사업 아냐”


부산=이승륜·춘천=이성현 기자

전국 낙후 지역 공공개발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의 도시재생 시범 사업을 둘러싸고, 참여를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성 확보를 위해 대상지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자 주민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면서 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및 개발 반대파 주민들은 “공공 도시재생 사업이 부동산 난개발로 변질해 아파트 거주민의 재생지 사유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발을 지지하는 주민들은 “막대한 사업비 마련을 위해선 아파트 등 공동주택 건립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3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혁신지구 사업)에 강원 춘천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근화동 옛 미군기지 부지 개발 계획으로 참여하려고 하자 주민 여론이 쪼개지고 있다.

시 측은 20년 가까이 공터로 방치된 52만㎡ 부지에 2000가구 아파트 등 복합 주거시설과 공원 등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시민복합공원 조성 계획을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반면 춘천시이통장연합회원 750명은 “시민 모두가 한뜻으로 유치를 염원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와 안타깝다”고 찬성 입장을 냈다.

혁신지구 사업은 쇠퇴한 도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공공 주도로 산업·상업·주거·문화 등 기능이 집적된 복합거점시설을 조성하는 재생사업으로, 이 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되면 5년간 국비 250억 원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지자체가 250억 원을 자부담하고, 추가로 필요한 사업비를 주택도시기금, 민간 차입 등으로 충당하기 위해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생긴 것이다.

혁신지구 사업에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복합개발 계획으로 참여하는 부산시도 최근 HUG와 사업비 7990억 원을 들여 운동장 공원 부지에 축구장 등 체육시설과 4개 동 49층 85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였다. 애초 시가 3개 동 38층 53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고 했지만, 건립 규모가 더 커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주민의 16%가 넘는 1만7000여 명이 서명운동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민협의회 측은 “사업비의 40% 이상을 아파트 등 건설에 쓰고 이 시설을 팔아 사업비를 회수하려는 사업을 어떻게 도시재생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은 “수천억 원이 넘는 사업비에 막혔던 구덕운동장 재개발은 지역민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구체적 건립 시설·규모 등은 시행계획 수립 단계에서 주민 의견을 듣고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도 4일 주민설명회를 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업이 지역에 도움되는지만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국토부 측은 “시범 사업지 선정 때 주민 의견을 고려하는 등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신경 쓸 것”이라며 “지자체가 사업비 투입 규모를 늘리거나 아파트 규모를 줄이는 등 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아는데, 사업의 공공성이 유지되도록 예의주시 중”이라고 전했다.
이승륜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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