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외환보유고는 전월 대비 6억 달러 줄어든 4122억 달러로 집계됐다.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6월 무역수지는 4년 만에 최대인 80억 달러 흑자였는데도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은은 외화 외평채 만기 상환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확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국민연금과 스와프 한도는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늘어났다. 국민연금이 달러를 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신, 한은에 원화를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려 쓰는 방식이어서 외환보유고 감소로 나타난다. 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다.

글로벌 경제 흐름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1엔대로 곤두박질했다. 37년 만의 최저인 슈퍼 엔저다. 이는 수출 경쟁력 악화와 대일 여행수지 적자로 이어져 원화 동반 약세를 부르고 있다. 최근 불거진 가장 큰 악재는 트럼프발(發) ‘폴리코노미(정치+경제) 쇼크’다. TV토론 승리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 소득세 폐지 등 대규모 감세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남발 우려로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일 4.479%까지 치솟았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 공약(10%·중국산은 60%)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걱정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 최고 경영진들은 절반 이상의 일정을 미국·유럽에서 소화하며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비해 윤석열 대통령은 3일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물가도 3개월 연속 2%대로 안정세”라고 했다. “이런 양호한 지표와 온기가 민생 현장에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낙관론을 폈다. 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쓰나미에 별 관심조차 없는 분위기다. 거대 야당이 전국민 25만 원 살포와 채상병특검법에 매달리면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까지 무산됐다. 환율은 경제의 체온계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은 위험 수위이자 붕괴되면 안 될 마지노선이다. 정치권이 낙관론에 빠져 외부에서 밀려오는 불길한 먹구름에 너무 둔감한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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