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음악소설집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 지음│프란츠
건조한 현대인의 일상에 생기가 도는 순간이 있다면, 음악이 흐를 때다. 음악엔 삶을 더 깊고, 더 넓게 확장케 하는 힘이 존재한다. 한국 문학 대표 작가 5인이 이를 이야기로 풀어냈다. 책에는 작가들이 ‘음악’이란 주제만을 공유한 채, 자유롭게 써 내려간 다섯 편의 소설이 담겼다. 이들에게 음악은 무엇이고, 어떤 삶의 장면 속에 스며들어 있을까.
누군가에게 그것은 ‘상실’이고, ‘연결’이며, 또 누군가에겐 ‘꿈’이다. ‘안녕이라 그랬어’로 첫 장을 장식한 김애란은 헤어진 연인과의 한때를, 그리고 이별의 이유를 상기시키는 매개체로 음악을 가져온다. 상실의 노래 ‘러브 허츠’를 들으면서도 평화롭게 눈뜨던 아침들, 연인과 이 노래를 들으며 미래를 그리던 때를 추억한다.
김연수의 ‘수면 위로’에서 음악은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했던 여름과 연인과 함께했던 지나간 여름을 잇는다. 그 공통의 감각에 대해 소설은 “빛과 어둠, 고요와 소음이 서로 교차하는 여름밤”이라고, “그 자체로 완벽한 오케스트라였다”고 묘사한다. 작가 특유의 다정하고 생생한 언어가 결국 삶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해석’에 따라 새롭게 펼쳐지는 국면임을 일러준다.
윤성희의 ‘자장가’, 은희경의 ‘웨더링’, 편혜영의 ‘초록 스웨터’도 ‘음악’이 깃든 우리의 삶을 계속 파고든다. 그것은 사랑의 마음을 담은 자장가로 흐르기도 하고, 관현악곡을 닮은 우리 마음의 소용돌이가 되며, 또 누군가와 헤어지고도 남아 있는 추억의 카세트테이프로 기억되기도 한다. 각자의 개성이 오롯이 담긴 다섯 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그저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빠져나올 것인지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으로 들린다. 분명 이 소설을 쓰며 작가들도 그 시간을 지나왔을 터, 그 실질적 방법과 마음이 궁금하다면 책 끝에 수록된 편집자와의 인터뷰를 보면 된다. 이때 작품에 실린 음악이나 작가에게 영감을 준 음악을 찾아 들어봐도 좋겠다. 오마이걸의 ‘불꽃놀이’부터 슈베르트의 ‘음악에게’까지 다양하다. 272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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