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이 6년 전에 쓴 요리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최근 ‘이재명 대표가 변호사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글이 지지자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책 사주기 운동이 벌어지며 발생한 일이다. ‘일주일에 3∼4번 재판에 나가는 이 대표 변호사비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책 구입을 통해서라도 돕자’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구매 인증’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중이고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2018년 2월 출간한 ‘밥을 지어요’는 김혜경 씨가 음식 사진 등과 함께 66개 집밥 레시피를 올린 요리책으로, 정치·사회적 메시지는 전혀 없다. 6년 만에 ‘역주행’을 할 요인이 별로 없어 개딸 팬덤의 힘 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논이 99마지기밖에 없는 지주를 불쌍히 여겨 100마지기를 마저 채워주기 위한 소작농들의 모금 운동에나 비유될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신파’스럽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얼마 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되기 전까지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허위사실 공표, 위증교사 등 6개 사건으로 3개 재판을 받고, 2개 사건 수사(대북송금·경기도청 법카 유용)를 받아왔지만, 재산 손실이 난 흔적이 없다. 이 전 대표의 지난해 말 기준 신고 재산은 31억여 원으로 전년도와 별 차이가 없다. 유죄 시 정치생명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 오랜 세월 감옥에 갇혀야 하고 거액의 벌금·추징금도 물어야 할 뇌물 사건도 있지만, 20여 명으로 알려진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된 내역은 없다. 그래서 변호사 비용은 형식적으로 최소한만 지급하고 국회의원 공천으로 ‘퉁쳤다’는 물납(대납) 의혹이 신빙성 있게 제기됐다.

그 때문에 극성스러운 충성파가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김혜경 씨 책 사주기 운동은 이 전 대표에게 외려 누가 되고 있다. 베스트셀러 등극이 알려지자 “밥을 지어요가 아니라 ‘밥을 시켜요’라고 해야죠” “죄를 지어요가 맞다” 등 비판 댓글로 도배되고 있다. 개인 비서처럼 김혜경 씨를 챙긴 별정직 5급 공무원이 도청 업무추진비로 주문해 보내준 초밥 10인분, 샌드위치 30인분, 소고기, 복요리, 과일을 먹었고 심지어 명절 제수품, 친인척 선물까지 충당했던 흑역사를 소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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