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 임기 시작 뒤 37일째인 5일 뒤늦게나마 열릴 예정이던 개원식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 21대 경우(7월 16일)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1987년 개헌 이후 최악 기록을 세운다. 이런 상징적 오점을 넘어, 실제로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반(反)의회주의적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거야(巨野) 폭주에 더해,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까지 노골적으로 야당 편을 들면서 브레이크 기능도 사라졌다. 그 결과 본회의는 야당 의원총회처럼 됐고, 이미 방탄 로펌 비판도 받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수사기관 행세까지 하려 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예정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뒤로 미루고 채상병특검법을 먼저 상정했다. 우 의장 결정에 의석에 있던 야당 의원들이 환호와 박수로 칭찬하자 민망한 듯 “박수 치지 말라”고도 했다. 당내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추미애 의원을 꺾었던 우 의장은 당선 일성으로 “민주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법안을 국회에서 실현할 것”이라며 “국회의장의 역할은 사회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에 중립을 위해 당적 보유도 금지된 국회의장이 대놓고 자기 당을 편들겠다고 하고, 그 실행에 나선 셈이다.

법사위는 더 가관이다. 입법청문회 명목으로 해병대 장성과 전직 국방장관을 불러 놓고 정청래 위원장이 ‘10분 퇴장’ 등 갑질과 모욕 주기를 반복했다. “손 들고 서 있으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급기야 법사위 조사권(국회법 제131조)을 활용해 탄핵소추가 발의된 검사 4명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한다. 조사권은 국정감사·조사에 준하기 때문에 자료 제출과 증인·참고인 등을 부를 수 있다. 헌법 취지에 맞지 않고 내용도 엉터리인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놓고 조사 명목으로 검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일단 아무렇게나 기소해 놓고 그 뒤에 수사하겠다는 행태와 다름없다. 더욱이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건의 변호사였던 박균택·이건태 의원이 법사위원으로서 해당 검사를 추궁하겠다는 것은 적반하장 아닌가. 안타깝게도 국회 해산권이나 국민소환제 등 이런 국회에 대한 심판 수단이 없다. 국회의 야당 2중대 행태가 4년 내내 계속될 판이다.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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