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최근 ‘나라의 곳간 지기’인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야당 의원들이 재정 지출을 늘리는 법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각종 감세(減稅) 정책 마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재정 지출을 늘리든, 세금을 줄이든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기재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법적인 추경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 3가지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추경 편성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한 경우’를 추가했다. 취지야 좋지만, 추경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기재부 출신인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현재 내국세 총액의 19.24%로 규정돼 있는 지방교부세 재원을 5%포인트 인상한 24.24%로 높이자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 소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지방의 모든 부분이 열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 재정 확충 필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내국세의 40% 정도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상황에서 지방교부세 산출 세율을 더 높이자는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움직임도 야당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의힘은 최근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증여세 등의 감세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위 위원장은 지난 4일 기업 세제 개편 토론회가 끝난 뒤 “임시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종부세나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나, 기업 세 부담을 덜어주는 것 모두 필요한 일이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소요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 5월 오종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춘추’(2024 두 번째, Vol. 74)에 기고한 ‘미래를 대비하는 조세 정책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에서) 증세는 시기의 문제”라고 단언했다. 그는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세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가치세 표준 세율인 19.2%와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부가가치세(10%) 부담을 높이는 것”이라며 “낮은 소득 구간을 포함한 전반적인 소득세 부담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오 실장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고를 떠나서 여·야 정당이 공당(公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재정 부담을 늘릴 생각만 하지 말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장기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공론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경제부 부장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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