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원작자 다카노 가즈아키
“중요한 건 오직 재밌는 스토리
다만 꼭 제대로 조사하고 쓴다”
‘13계단’으로 일본 추리문학계 최고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고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제노사이드’(황금가지)로 100만 부 밀리언셀러의 기록을 세운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 ‘6시간 후 너는 죽는다’(황금가지)가 한국 영화로 만들어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 NCT의 재현이 주연을 맡은 영화는 출품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원작에 없는 ‘운명’ 소재로 더욱 재미있고 아름다운 영화가 됐다”며 호평하는 그를 영화제가 한창인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지난 5일 만났다.
다카노 작가 작품만의 특징은 영화적 서사와 연출이다. 추리, 스릴러 장르의 글을 쓰지만 급격한 반전을 선택하는 일은 적다. 대신 사건의 진상을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밝히는 방법을 즐겨 사용한다. 마치 롱테이크 장면으로 구성된 영화와 유사하다. 그는 “추리 소설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임과 같다”며 “이런 방법은 영화를 만들던 내 오랜 습관”이라고 말했다.
다카노 작가의 꿈은 추리소설 작가가 아닌 영화감독이었다. “일곱 살에 엄마 손을 잡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를 처음 봤어요. 그 뒤로 영화에 푹 빠져 지냈죠.” 그는 8㎜ 필름 카메라를 든 소년으로 자라 중·고등학교 시절 교내 영화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졸업 후 할리우드를 동경하며 미국 유학길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으로 돌아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영화로 먹고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감독의 지시대로 쓰는 각본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로 기억을 돌려봤어요. 한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면 다른 한 손에는 추리 소설이 쥐어져 있더군요.” 작가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는 어머니가 추리소설 애독자였다고 말했다. 그 영향으로 영화를 공부하는 동안에도 놓지 않았던 건 추리소설 작가의 꿈이었던 셈이다.
작가로서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소설은 스토킹 범죄부터 관동대학살 등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까지 담아내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다. 사회 문제를 소재 삼는 부담을 묻자 작가는 “내게 중요한 것은 오직 흥미로운 스토리”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쓰려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카노 작가는 지난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건널목의 유령’(황금가지)으로 나오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여전한 필력을 과시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다음 작품도 이른 시일 내에 선보이겠다”는 작가는 “계속 글을 쓰겠지만 여전히 내 꿈은 영화감독이다. 언젠가 쉴 새 없이 흥분시키는 블록버스터를 만들 것”이라며 웃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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