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냈다는 문자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점입가경이다. 당권 경쟁 와중에 문자 일부가 유출돼 공개되더니, 며칠 만에 전반적 내용이 또 흘러나왔다. 총선 참패 책임을 오도하기 위한 의도적·조직적 움직임일 가능성이 갈수록 짙어진다. 급기야 9일 대표 후보 4인의 첫 TV토론에서 나경원·윤상현 후보가 한 후보를 향해 답신을 보내지 않은 데 대해 추궁하자,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한 정면 대응을 자제해오던 한 후보가 “당시 상황을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진다”고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 전 광주 합동연설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했던 원희룡 후보는 “선관위의 방침을 따르겠다”며 일절 언급하지 않은 반면, 나 후보는 “원문을 보면 사과의 뜻을 명백히 밝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소통을 단절한 것은 정치적 판단 미숙”이라고 공격했다. 윤 후보도 “한 후보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고 가세했다. 이에 한 후보는 “여러 경로로 김 여사가 실제로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전달받았던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너무도 명확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당시 정황을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한 후보의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바 있고, 2월 7일 KBS 대담에서도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다. 총선 참패 한 달 뒤인 5월 9일 기자회견에서야 마지못해 ‘사과’라는 표현을 구사했을 정도다.

이미 드러난 문자 내용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넘어섰다. 우선, 총선 당시의 그런 문자 자체가 당무 개입이나 선거 개입으로 오해될 수 있다.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의 만남을 권유하고, 실제로 이뤄진 점 등은 야당의 선동 소재가 될 수 있다. 여당 당무와 국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국정 농단’이라며 공세를 예고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여당 경선 개입 우려도 자초했다.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 경선 운동을 할 수 없다는 규정(공직선거법 제57조), 당 대표 경선 등의 자유 방해죄(정당법 제49조) 위반 시비를 부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김 여사 사과와 관련해 ‘대통령 패싱’ 의구심까지 나도는 배경이다. 이미 자해극 부메랑이 됐다. 윤 대통령 부부와 한 후보가 여당 당원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통해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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