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피스재단, 지난달 27일 케냐서 ‘리더십 컨퍼런스’
“阿, 서구보다 전통가치 잘 보전
신앙·가족 바탕으로 평화 실천”
루토 대통령 참여 예정 개회식
증세법안 반대시위 격화로 취소
단체기도회로 대체해 시민 추모
우간다선 패밀리 페스티벌 개최
무세베니 대통령 등 비전 ‘공감’
나이로비·캄팔라=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아주(我主)! 아주!”
지난달 27일 ‘글로벌피스리더십컨퍼런스 2024(GPLC 2024)’가 개최된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래디슨 블루 호텔에 한국어가 울려 퍼졌다. ‘아주’란 ‘나 아(我)’ 자에 ‘주인 주(主)’ 자를 써서 ‘내가 나의 주인이다’라는 의미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세계의장이 ‘아주’를 선창하자, 케냐 시민들이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후창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문 의장은 “오늘날 많은 서구의 국가들은 신을 잊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그렇지 않다”면서 “신의 섭리가 바로 ‘아주’로,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주인 의식을 일깨워 영적 계몽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와 페스티벌은 케냐 나이로비와 우간다 캄팔라에서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열렸다. GPF와 케냐·우간다 정부, 케냐초종교협의회(IRCK), 찬다리아 재단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의 목표는 ‘아프리카 르네상스’로, 아프리카의 전통적 가치와 풍부한 유산을 바탕으로 아프리카를 일깨우는 일이다. 갈등과 부패로 고통받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 시민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협력과 연대 정신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유산 기념 : 아프리카의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 전통 등을 기념하며 자부심과 자존감을 고취 △아프리카 리더십 강화 : 아프리카 리더들에게 경험, 모범 사례, 혁신적인 해결책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 △대륙 간 파트너십 강화: 아프리카 및 기타 지역의 대표 간 대화와 협력, 문화 간 이해, 지식 교환 등 파트너십을 형성 △글로벌 시민성 함양 : 참가자들이 세계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 책임과 상호 연결성을 인식하도록 영감을 제공하는 등의 목표도 있다.
개최지로 케냐가 선정된 것은 세계적 과제에 대한 대화와 행동을 촉진하는 데 케냐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GPF에 따르면 케냐는 평화와 안보, 기후 변화, 해양 자원의 지속 가능한 소비, 교육 혁신 등 중요한 국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프리카 대표로서 앞장서왔다. GPF 관계자는 “아프리카 외교 허브인 케냐에서 각국의 리더들과 아이디어를 교환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 의장은 GPLC 2024의 주제어로 ‘하나님 아래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을 강조했다. 세계인은 신 아래 하나의 가족이라는 뜻이다. 특히 가족 해체 등의 문제를 겪는 서구에 비해 아프리카는 비교적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보전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발전을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다. GPLC 회의 중 한 부문인 ‘패밀리 트랙’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강조됐다. 문전숙 세계평화여성회의 의장은 패밀리 트랙에서 “신앙, 그리고 가족은 평화 방정식의 축”이라면서 “이 두 가지 가치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그 근원적 진실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앨리스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영부인도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동정심과 참을성을 가르치고, 아버지들은 세상을 살기 위한 지식을 가르친다”며 “평화는 항상 가족 위에 자리 잡는다”고 강조했다. GPLC에는 마누 찬다리아 찬다리아재단 이사장,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 프레데릭 응고가 아프리카연합 수석 고문 등 다양한 글로벌 리더들이 함께했다.
당초 지난달 26일 열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었던 GPLC 개회식은 취소됐다. 루토 대통령의 증세 법안에 대한 케냐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격해졌기 때문이다. 케냐 시민들은 빵과 설탕 같은 필수재들에 세금을 매겨 약 27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분노해 국회를 타격했고, 정부군이 시위대에 총을 발포하면서 최소 23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비보에 GPLC는 개회식 대신 단체 기도회를 열어 죽은 시민들을 추모하고 시위를 진정시키기로 결정했다.
정부와 국민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GPF도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문 의장이 종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루토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개회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이번 사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라고 조언하는 등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인이 섞여 사는 케냐의 특성상 설립된 종교연합단체 케냐초종교협의회인 IRCK도 이를 도왔다. 윌리바드 라고 IRCK 회장은 “케냐 국민들은 각자의 종교지도자를 마음속 깊이 따르는데, 문 의장이 이번 위기에 종교 지도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해줘 갈등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님 아래 한 가족’ 정신은 케냐의 이웃 나라 우간다에까지 전해졌다. GPF는 GPLC의 후속 행사로 ‘글로벌 패밀리 페스티벌 우간다’를 지난달 29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 위치한 콜로로 독립 광장에서 주최했다. 콜로로 광장은 1962년 10월 우간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다는 독립 선언식이 열렸던 장소로, 다양한 국가적 행사가 이어지는 상징적인 장소다.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하나님 아래 한 가족’을 주제로 개최된 이 페스티벌엔 우간다 정부, 우간다초종교협의회도 함께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우간다 전통 무용을 포함해 다양한 종교 단체의 문화 공연이 이어졌다. 우간다 중·고교생, 환경 운동 단체 관계자, 종교 지도자 등 시민 2만여 명이 모였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도 이날 연설대에 올랐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기독교, 이슬람교와 같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종교들은 아프리카에 가치를 더했다”며 “여성 학대, 부족 간 경쟁 등 아프리카의 일부 전통에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었고, 종교는 아프리카의 약점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아프리카 시민들은 가족 안에 하나로 뭉쳐 신을 경외하고, 자녀를 돌보고, 부모를 존경하는 일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불라 밀튼 GPF 우간다 지부장도 “우리는 신 아래 하나의 가족”이라면서 “이 믿음 아래 갈등과 빈곤,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자”고 전했다.
무세베니 대통령과 문 의장이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위한 비전’ 선언문에 공동으로 서명하면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문 의장은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종교의 자유와 아프리카 대가족 가치 증진’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하나님이 우리를 창조한 목적은 가족을 이루라는 것”이라며 “아프리카 르네상스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평화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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