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환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前 주파키스탄 대사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1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핵무기에 한반도 작전 임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로써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가 구축됐다고 한다. 그러나 핵·안보 전문가인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의 최근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들은 북한이 미사일에 실어 한국과 일본 전역(오키나와 포함) 및 괌에 도달할 수 있는 5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확장억제책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최면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기습공격시 반격으로 북 정권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전략에 집착하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5월 중순과 하순, 미 상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빠르게 진전되고, 북·중, 북·러 간 협력이 긴밀히 돼 온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증강해야 한다면서 “나토처럼 한국을 포함한 인·태 지역에서도 핵공유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고 상황이 오면 핵으로 평정하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해온 터에 북한을 비롯한 미국의 잠재적 적국들이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를 동시에 공격하는 것을 가상하면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의 주장이 전혀 틀리지 않는 것 같다.

6·27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첫 번째 TV 토론회 이후 오는 11월 5일 대선에서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해온 자애로운 후원자가 아니라, 방위비 분담 확대, 모든 합동군사훈련 비용 전액 부담 요구 등 거래적이고 이기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후보는 실제로 지난 4월 30일 타임과 인터뷰에서 유사한 요지의 주장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지난달 19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유사시 러시아의 자동 군사개입을 되살린 협정을 맺은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후보가 재선되면 기존의 핵무기를 인정받으면서 대북 제재 완화 협상에 나설 것이다.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핵무장론을 제기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격변하는 정세와 미 상원에서의 나토형 핵공유협정 체결 주장에 비춰 윤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1일 제기한 핵 옵션을 고려할 만하다.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6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한 다음 날 발표한 워싱턴선언의 확장억제책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정상적인 국민이라면 튼튼한 안보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바랄 것이다. “핵이 없는 나라가 핵 반격 수단이 없으면 1945년 8월 일본처럼 완전히 파괴되거나 무조건 항복이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한 한스 모겐소 미 시카고대 교수의 경고와 “핵이 없는 나라는 식민지에 불과하다”면서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해 1960년 2월 핵실험을 한 프랑스 샤를 드골 대통령 사례도 경청해야 한다.

1974년 5월 18일 잠재 적국인 인도가 핵실험을 하자 ‘풀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한 줄피가르 알리 부토 총리의 결기와 희생을 감수한 가난한 파키스탄 국민은 오늘날 우리 국민이 본받아야 할 귀감이다.

송종환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前 주파키스탄 대사
송종환 경남대 초빙석좌교수, 前 주파키스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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