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우’는 한 시간에 30㎜ 이상이나 하루 80㎜ 넘게 비가 내릴 때를 말한다. 보통 하루에 연 강수량 10% 이상을 뿌린다.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시간당 146㎜의 비가 쏟아졌다. 측정 역사상 최고다. 지금까지는 1988년 7월 31일 전남 순천의 시간당 145㎜였다. 2년 전 서울 동작구에도 시간당 141㎜가 쏟아졌다. 극강 호우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일 최대 기록은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때 강원 강릉에 내린 870.5㎜였다.
세계 최대 다우(多雨)지역은 인도 북동부의 아삼 지방이다. 아삼의 메갈라야와 체라푼지는 연평균 강수량이 1만1873㎜다. 인도양과 벵골만에서 불어오는 열대성 저기압이 히말라야 산맥에 가로막혀 엄청난 비를 뿌린다. 연 최고 강수량은 1860년 체라푼지에 내린 2만2987㎜였다. 인도의 일간 최대 폭우는 2005년 7월 26일 뭄바이에 쏟아진 940㎜였다. 과도한 개발로 자연 수로가 사라지고 바닷물까지 역류해 인도 최대 도시가 역대급 참사 현장이 됐다.
최악의 호우 기록은 의외로 프랑스가 갖고 있다. 본토가 아니라 해외 프랑스령이다. 분당 최대 폭우는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에 내렸다.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처음으로 상륙한 곳이기도 하다. 1970년 11월 26일 서대서양과 카리브해에서 몰려온 허리케인이 분당 38㎜의 비를 퍼부었다. 하루 최대 기록은 동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옆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이 갖고 있다. 제주도의 1.3배 크기인 이 섬은 남인도양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의 통로에 자리 잡고 있다. 바다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2000∼3000m급 활화산이 즐비한 섬이다. 1966년 1월 7일 사이클론 데니스가 이 산맥에 가로막혀 하루 동안 1825㎜의 비를 뿌렸다.
극강 호우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최근 장마는 예전 장마도 아니다. 과거엔 장마전선이 남쪽에서 순차적으로 올라왔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에서 극강 호우가 쏟아질지 모르는 ‘도깨비 장마’가 됐다. 낮 동안 태양열이 만든 상승기류에 막혔던 제트기류가 밤에 서늘해진 지표로 급강하해 폭우를 쏟아붓는 ‘야행성 장마’도 흔해졌다. 아예 장마 대신 동남아시아처럼 ‘우기’를 정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자연환경이 거칠어졌다. 재해 대비 기준도 바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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