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함께 핵협의그룹(NCG)이 작성한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지침문서)을 승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지침문서는 지난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해 창설한 NCG가 20여 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완성한 것으로,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약속해 온 핵작전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담당 정책 부서와 군사 당국에 내리는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요구에 미국 정부가 적극 부응해 합의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1969년에 취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안보 불안이 증폭되던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해 한·미 연합전투력을 더욱 공고히 했던 것과 같은 수준으로, 한국 안보에 크게 기여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지침문서에는 정보 공유 확대를 위한 보안 절차, 위기 및 유사시 핵 협의 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핵과 재래식 전력 통합을 통해 미국 핵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 전략적 소통, 연습·모의·훈련·투자 활동, 위험 감소 조치 등에 관한 지침이 포함돼 있다.
미국 대통령의 지침문서 승인은 미 핵전력의 한반도 작전 임무를 부여하는 국가 차원의 공식 명령을 뜻한다. 이는 그간 우리 정부가 노력해 온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가 구축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NCG의 운용이 지침문서에 포함될 각 분야를 식별하고 정책 차원의 합의 사항을 도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이를 더 구체화하고 시행하기 위한 군사 차원의 계획을 짜고 훈련하는 일이 남았다. 지침문서는 핵 운용시 미 핵무기와 우리의 재래식 무기가 통합돼야 함을 언급한다. 이는 핵무기 배치만 다를 뿐 운용 단계는 나토의 핵공유 방식과 같다. 미국의 핵무기 운용 때 한국은 투발 수단을 제공하거나 작전 지원 임무를 맡는다는 뜻이다. 작전계획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먼저, 핵공격 시 중국과 러시아 등 인접국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핵공격 금지선을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 남쪽에 있는 북한의 핵시설, 미사일 발사대, 지휘통제 시설 등 주요 군사 표적 위주로 핵공격 표적을 설정한다. 물론 각 표적에 대한 공격 시기와 규모는 핵 위협과 작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기준으로 실시간대에 결정될 것이다.
또한, 핵전쟁은 재래식 전쟁과 판이하므로 핵작전 임무를 수행할 부대를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이들 부대는 재래식 전쟁 임무에서 배제되고 핵작전만 담당하는 부대로 관리돼야 한다. 과거 주한미군은 저(低)위력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주기적으로 핵무기 투발 훈련을 했다. 이렇듯 지정된 국군 부대는 상시 핵 투발 또는 경계와 방호 등 작전지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어야 한다. 곧 국군에도 전략군이 창설돼 지·해·공 전략자산을 통합 운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니 반갑다.
다음 달에 실시될 한미연합연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핵공격을 가정한 핵전 시나리오가 모의 된다고 한다. 이번 연습이야말로 지침문서에 포함된 내용을 세부적으로 발전시키고 전략군 작전계획 수립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