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안 인터뷰 - 취임 한달… 한국저작권위원회 강석원 위원장
AI를 창작자로 인정 안하지만
AI작곡에 사람이 가사쓴 경우
‘작사 저작권’은 확실히 보장
AI 학습 관련해서도 기준 필요
연구·정책 지원이 위원회 역할
올 구체적 가이드라인 나올 것
콘텐츠 권리자 찾을 수 없을땐
‘법정허락’ 제도 통해 사용 가능
202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에 인공지능(AI) 미드저니로 제작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1위에 올랐을 때만 해도 세계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생성형 AI인 챗GPT의 출현으로 불과 2년 만에 AI가 자유자재로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환경에 이르면서 AI와 함께하는 삶은 어느새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저작권 문제를 낳는다. 유튜브와 SNS의 발달로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된 만큼 저작권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또 콘텐츠 저작권과 AI 창작물의 저작권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저작권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질문을 안고 지난 10일 취임 한 달을 맞은 강석원(58) 한국저작권위원회 신임 위원장을 서울 용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원에서 만났다.
“기술 발전에 따라 매년 새로운 저작권 이슈가 부상하고 있는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강 위원장의 화두 또한 ‘AI 저작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저작권산업과장과 저작권국장을 거치며 전문성을 쌓아왔고 기획조정실장까지 역임한 그는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저작권 정립과 기술 발전이 조화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문화계 화두가 되었나.
“AI가 내가 하는 일을 침해한다고 확실하게 느끼게 된 것은 챗GPT가 등장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이전에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만 해도 대부분 사람이 AI의 결과물이 무엇일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됨에 따라 콘텐츠 제작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AI 학습과 관련해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기준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AI 저작권과 관련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저작권 연구와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작권 정책의 장기적·종합적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국내외 저작권 환경 변화에 대해 적합한 시점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문체부와 위원회가 운영한 AI 저작권 워킹그룹 1라운드에서는 생성형 AI 산출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갖는 AI 사업자, 저작권자, AI 이용자에게 저작권과 관련해서 유의해야 할 사항을 안내하기 위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마련된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올해는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 같다. 생성형 AI 관련해 저작권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와 AI 저작권 워킹그룹 2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워킹그룹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AI에 관한 저작권 쟁점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권리자, AI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정리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워킹그룹은 생성형 AI와 저작권에 관한 쟁점별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분과를 편성하고 AI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진과 연계해 소통과 협업을 통해 쟁점을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한 만큼 이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위원회가 입법 기관이 아닌 만큼 법제도가 개선되는 건 결국 국회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큰 틀에서 어떤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지를 다양한 시나리오대로 가능성과 장단점을 분석해서 논의가 시작됐고 최대한 빨리 ‘이렇게 입법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다.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AI 저작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문제는.
“우선 AI 자체를 창작자로 인정하는 경우는 (현행 저작권법에서) 있을 수가 없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AI의 도움을 받아 인간이 창작을 한 경우 어디까지가 사람이 했고 어디까지 AI가 했는지 구분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AI를 활용해서 만든 것 중에 등록이 된 경우가 있는데 이를테면 AI를 활용해 작곡했고 창작자가 가사를 만들었다면 작사에 대한 저작권은 확실히 인정된다.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작권 관련 분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디지털 혁신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 분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권리자 및 유통사, 서비스사업자 등 이용자에 대한 수요자 중심의 요구를 해소할 수 있는 권리관리정보, 저작권 이용정보, 음원-권리정보 등 근본적인 정보의 부재로부터 발생한다. 이러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 정보와 사례를 활용해 정보 공유, 맞춤형 분석 등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사례가 많아지면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비교군도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저작권박물관’이 개관하기도 했는데. 향후 박물관은 어떻게 운영되나.
“그간 위원회에서 교육이나 저작권 인식 홍보에 중점을 뒀다면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국립저작권박물관’을 개관해 전시 체험을 통해 이를 직접 느끼게 해주려고 한다. 박물관은 어려울 수 있는 저작권의 개념과 사회적 가치를 쉽고 재미있게 알아보고 공감할 수 있는 저작권 전문 문화기반시설이다. 상설전시와 특별 전시, 문화행사 등을 통해 저작물이 갖는 의미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경남 진주에 위치한 만큼 다른 지역에서 접근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우선 지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추후 다른 지역에도 확대될 수 있도록 방안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당연히 그 저작물의 권리자로부터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쇼트폼을 만들 때 이를 간과하고 음악을 넣거나 사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간혹 저작물을 이용하고 싶지만 권리자를 찾을 수 없어 애를 먹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위원회가 권리자를 대신해 이용 허락을 하는 ‘법정허락’이라는 제도가 있다. 일정 절차를 거쳐 보상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인데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도록을 제작하면서 일본인 다니카와 시호의 미술저작물 ‘잉어’를 이 제도를 활용해 수록했다. 또 영화 ‘서울의 봄’에서 군가 ‘전선을 간다’의 우용삼 작사가를 찾지 못해 이 제도를 활용해 영화에 해당 노래를 삽입하기도 했다.”
―AI 학습에 있어서도 기존 저작물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최근에는 생성형 AI 학습과 관련해서 도서관, 자료원 등이 보유하고 있는 저작물들을 활용하려는 추세인데, 이들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게 저작권자를 찾을 수 없는 저작물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법정허락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외에도 저작권 문제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것이 ‘공유저작물’이다. 공유저작물은 저작권이 없거나 권리자가 정한 조건을 지키면 자유로이 이용 가능한 저작물이다. 이와 관련해 누구나 저작권 걱정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87만여 건의 공유저작물을 위원회에서도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 글꼴, 음악 등 다양한 종류의 저작물을 ‘공유마당’이라는 누리집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니 이용조건에 따라 자유로이 활용해 주시면 된다.”
―국민의 저작권 인식은 어느 정도 올라갔다고 생각하는지.
“요즘은 사실 대부분 콘텐츠가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최근 논란이 된 ‘밤토끼’나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의 경우에도 이용자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찾아서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특히 청소년 저작권 인식도를 보면 지난 2013년 74.1점에서 10년 만에 82.6점(2023년)까지 상승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저작권 이슈는 매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저작권 교육도 변화하고 강화되고 있다. 청소년·학생, 일반인, 공공기관, 문화예술인, 산업종사자 등 대상과 환경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대면·비대면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청소년 전담강사(168명), 입문·전문강사(165명) 등 333명의 저작권 강사를 활용해 매년 70만∼8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을 교육하고 있다.”

AI창작물 봇물 속 첫 가이드라인… ‘적절 보상으로 이용권한 확보’ 규정
■ ‘생성형AI 저작권 안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AI(인공지능) 저작권 워킹그룹 1라운드’를 바탕으로 공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는 AI 창작물이 폭발적으로 등장하는 이 시기 정부 차원에서 나온 첫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인 만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향후 법적 제도 마련을 위한 토대로 그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강석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이 법적 제도 마련을 위한 토대라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안내서의 핵심은 AI 학습용 데이터를 활용할 때 ‘적절한 보상’ 등으로 이용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내서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기업 등 AI 관련 사업자가 AI 학습용 데이터를 활용할 때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 등으로 적법한 이용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또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 등에 공개된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의 경우 저작물이 AI 학습에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때 이를 명시하거나 별도의 기술적 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최근 콘텐츠가 국내에 머무는 것이 아닌 세계 시장에 연결된 만큼 AI 저작권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수준에 발맞출 수밖에 없다”며 “유럽연합(EU)에서도 지침이 나왔고 일본에서도 올해 연말이면 발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각 국가가 서로를 참고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AI 산출물에 대한 표시 제도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워킹그룹 제2차 전체 회의에서는 AI를 통해 만들어진 산출물의 경우 이를 명시해야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다만 도입 의무화가 필요한 영역과 표시 방법, 기술적 한계 등에 대해 세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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