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최근 경기 화성시와 서울시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집단 참사는 많은 국민을 충격 속으로 빠뜨렸다. 순식간에 번진 화마로 세상을 떠나게 된 중국 교포들의 비극은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장애를 딛고 모범 공무원이 된 공직자와 승진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던 금융 회사 직원이 역주행 차량에 눈을 감게 된 사연 역시 서울시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이후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서울 시청역 참사는 가해자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차분히 모든 희생자의 장례가 치러졌다. 희생자 가족들이 향후 진행될 경찰 조사와 민사·형사 절차를 믿고 성숙한 태도로 일단 고인들을 떠나 보낸 것이다. 반면,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건 해결은 오리무중이다. 책임을 져야 할 민간 기업은 보이지 않고 지난주 유가족과 이들을 지원하던 공무원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여 공무원들이 다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주말까지 희생자 23명 중 장례를 치른 사망자는 불과 8명이었다. 다수가 중국인인 나머지 유가족들은 화성시가 마련해준 복지센터에서 기약 없는 합의만 기다리고 있다.

화재 사건 발생 이후 공적 섹터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경찰과 중앙 정부가 속도감 있게 진상 규명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긴급생계안정비와 성금도 마련해 전달했으며, 화성시청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시청 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적극 지원에 나섰다. 사실 경기도와 화성시는 이렇게까지 할 의무가 없다.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했다는 책임은 물을 수 있겠지만,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피해 보상 협상에 나서야 할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이다. 현재 유가족 대표는 유가족이 아니다. 유족 측의 지인이라는 충청지역 언론사 대표이자 오랜 기간 진보 진영에서 노동운동을 해왔던 인물이다. 기자들은 유가족들도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대언론 창구를 민노총의 국장급 인사가 도맡아 하고 있어 유가족의 정확한 의사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법률 지원 역시 민변이 맡는다. 유가족을 도우려는 이들의 노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합의가 더 지연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뿐이다. 벌써 일부 유가족과 이들을 돕는 외부 단체들이 화성시에 무리한 요구를 하며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외부 인사들이 주목해야 한다.

이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공적 영역에 맡기고 외부 세력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진상 규명 과정에 자신들이 추천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라는 것도, 화성시청사 내에 분향소 유지를 고집하는 것도 과연 외부 세력의 목적이 유가족을 돕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아리셀 측도 경기도와 화성시의 뒤에 숨지 말고 적극적으로 유가족과 접촉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는 대안을 조기에 내놓아야 한다. 혈육을 잃은 아픔을 돈이나 법적 응징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다. 그 슬픔의 깊이는 외국인이나 한국인이나 똑같다. 가족과 지인을 다시 살려내는 게 불가능하다면 유가족들을 위한 최선의 길은, 빠르고 제대로 된 합의를 통해 이들이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이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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