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회의서 체코와 정상회담
“전방위 세일즈외교 결실” 평가


원전 대국인 프랑스를 프랑스 안방인 유럽에서 꺾고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17일(현지시간) 수주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공식특사 파견, 정상 외교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진정성과 ‘K-원전’ 기술력을 확인한 체코 측은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핫라인’을 통해 우리 정부에 낭보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대통령실 및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세계 2위 원전 대국인 프랑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처지였다. 이에 체코 정부는 한국 측의 사업 내용을 단어 하나 빼놓지 않고 샅샅이 검토해 한국을 선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의 자료 내용, 사업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체코가 200명의 원전 관련 전문가를 투입해 약 20만 시간을 들였다고 한다”며 “20만 ‘맨 아우어’(man hour)를 쓴 것”이라고 했다.

체코 측은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withi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적기 시공)’으로 대표되는 한국 정부의 원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최고 국정 책임자가 직접 나선 정상 세일즈 외교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공식 특사로 보내는 등 2차례 정책 책임자인 장관을 체코에 보냈다. 안 장관은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에게 윤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고, 친서에는 이번 원전 수주의 결정적 이유로 꼽히는 한국 정부의 ‘산업 패키지 지원’ 전략이 담겨 있었다.

이 기간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벌이는 등 전방위 정상 외교를 벌였다. 윤 대통령과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여러 계기로 확인한 체코 측은 핫라인을 가동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알려주는 등 한국 측의 노력에 성의를 표시했다고 한다.

체코는 흔들림 없는 한·미 동맹에도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유럽 내에서 원전을 운용한 경험과 EU 회원국임을 앞세우는 전략을 택한 프랑스가 체코 입장에서는 유력한 선택지임이 틀림없었다”면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한국이 경제·안보 전 분야에 걸쳐 동맹국이라는 사실 등 미국이 한국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 체코의 부담을 줄여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손기은·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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