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어떻게 - 박재규 경남대 총장·김선향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사장 부부
“서로 기대며 55년 결혼생활
관료·교육자로 행복한 동행
아내는 요즘 연작시집 펴내
박종규 前경호실장이 맏형
어릴적 만날때마다 업어줘”
“내 시험은 끝났어요. 이제 당신 차례인데, 나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요.”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아내인 김선향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사장에게 이렇게 말하며 장난치는 소년처럼 씨익~ 웃었다.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최근 진행한 문화일보 인터뷰에서였다. 박 총장의 농담 속에 1944년생 갑장인 아내에 대한 도타운 애정이 묻어났다.
김 이사장은 남편의 농에 슬몃 미소를 지으며 “오래 함께 살면서 제가 남편에게 많이 의지해왔다”고 했다. 그는 1969년 결혼 후 반세기가 넘는 동행의 비결에 대해 “둘이 가는 길이면 덜 외롭고 덜 힘들 테니 역경도 잘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총장은 “평생 집안일을 걱정해본 적이 없다”며 “젊은 시절 외국 출장 중 집이 이사 갈 때도 있었는데, 공항에서 전화를 걸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아내에게 물었다”며 웃었다. 김 이사장은 남편이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동·서 냉전 시절에 공산권 국가를 다녀오곤 했지만, “한 번도 위험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박 총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1999.12~2001.3)을 지내며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었다. “정상회담 후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군사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북측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가 제 고집에 못 이기겠다고 하더니 모처에 있는 김 위원장이 저를 보겠다며 연락해왔다고 하더군요. 평양에서 밤 기차를 타고 어딘지 모를 곳으로 밤새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거기가 자강도였지요.”
박 총장은 “북한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탓에 핵에 매달린다는 이야기를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 체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핵억제에 집중하며 대화 모색을 하는 투-트랙(Two-track)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그는 장관 퇴임 후 경남대 총장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학교를 이끌고 있다. “서울과 창원을 왕래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교정에서 학생들을 보는 게 즐겁습니다. 우리 대학 동문들이 졸업 후 각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며 보람을 느낍니다.”

박 총장은 ‘피스톨 박’이라고 불렸던 박종규(1930∼1985) 전 대통령 경호실장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3형제 중 장남인 형님은 12번째인 저와 나이 차가 많았는데, 어릴 적에 저를 볼 때마다 업어주셨습니다. 그 시절 형님이 무척 그립습니다.”
박 총장의 사회 활동을 뒷받침해 온 김 이사장도 교육자로 헌신해왔다. 경희대, 경남대 등에서 영문학 강의를 하다가 퇴임한 후 북한대학원대학교 운영을 맡아왔다. “아시겠지만, 우리 학교는 도심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고 캠퍼스 환경이 뛰어납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자료를 엄청나게 축적하고 있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김 이사장은 대한적십자사(한적) 고액기부자모임(RCHC) 고문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한적 부총재, 총재 직무대행을 지낸 적이 있다. “남편이 장관 일을 할 때 한적에서 봉사활동을 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그는 영문시집을 번역하는 한편 자신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가 주한 헝가리문화원에서 시를 낭송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자작시를 영문으로 옮겨서 유창한 발음으로 읽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운문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작 시집을 펴내고 있다. “특별한 날의 일기를 운문으로 쓰고 있습니다. 쏜살같이 지나가 버리는 인생에서 붙잡고 싶은 것들을 시로 혹은 사진으로 기록해서 기억하려 합니다.”
김 이사장은 일상에서 심신의 활력을 지키는 비결로 ‘걷기’를 들었다. “저를 무겁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가볍게 움직이고 싶어요. 점심 후 사무실 곁의 공원을 산책하고, 주말에도 시내를 걷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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