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이 책
난 괜찮아, 고마워!
조노 간츠 글·그림│윤영 옮김│하우

곧 신발 끈이 풀어져 넘어지지만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하는 꼬마는 궁리 끝에 줄줄이 소시지로 부츠를 동여맨다. 그 뒤로 소시지를 문 강아지 스팟이, 스팟의 목줄에 걸린 안테나가 질질 끌려간다.
안테나 때문에 우주선에 빨려 들어간 꼬마를 보고 외계인 글롭과 블롭 그리고 트레버는 “다리는 여섯 개에, 꼬리는 하나. 그리고 주렁주렁 소시지까지. 우리 간식으로 딱이야!”라며 기뻐한다. 하지만 안 괜찮다는 꼬마의 고백에 이내 다정하게 세 개의 팔로 신발 끈을 묶어준다. 가끔 무서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하라는 당부도 덧붙여. 꼬마의 신발 끈과 스팟의 목줄과 안테나의 전선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꼬마는 이제 당당히 도움을 청할 줄 알게 된다.
아이들은 조금 자라면 무엇이든 자기가 하려고 한다. 그래서 밥그릇은 쏟아지고, 외투 단추는 달아난다. 잘 알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지만 모두 성장을 위한 값진 모험이다. 괜찮다고 하는 아이의 자신감과 독립심도 대견하고, 기꺼이 도와주는 외계인들의 오징어 같은 눈망울과 흐느적거리는 손도 따뜻하다.
“How are you?”
“I’m fine. thanks.”
한국인이라면 반사적으로 재생되는 영어 교과서의 다이얼로그다. 자동화된 이 질문과 대답에는 늘 괜찮다고 표현하는 우리 사회의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실수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세상은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므로 서로 도와주며 함께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꼬마에게 신발 끈을 묶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어른들에게 그것은 무릎을 굽혀 전해주는 신실한 눈 맞춤일 뿐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아이들에게는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주는 어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믿음과 의지로부터 발로한 그 공명이 늘 괜찮아야만 하는 어른들의 지친 마음 안에도 메아리처럼 울렸으면 좋겠다. 32쪽, 1만4000원.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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