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인도네시아 등지로 활발하게 수출됐던 T-50 계열의 항공기에 대한 2차 수주계약 논의가 최근 말레이시아 당국과 오갔다. 수출 효자 품목인 T-50 계열 항공기는 6만 종 이상의 부품이 모여 현재와 같은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이 같은 국산 무기체계가 세계적인 약진을 하게 된 이면에는, 첨단 기술과 합리적인 가격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안정적인 무기체계 공급망 관리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다. 게다가 현재 회복세라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각국의 수출 통제 정책 등이 이어지면서 무기체계 공급망 리스크는 여전하다. 이러한 상황을 발 빠르게 인지한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의 협의체를 통한 역내국 간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하는 추세다. 또한, 미국은 공급망 상황 진단을 위한 ‘방위산업전략서’ 등을 발간하는 등 정책 지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급망 안정화법’이 제정·시행됨으로써 공급망 3법이 완비됐다. 그에 발맞춰 방위사업청도 공급망 현황의 진단과 취약지점을 식별하기 위한 공급망 정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방사청은 무기체계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운영·수립하고 있다.
우선, 공급 리스크가 큰 소재·부품의 비축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비축 품목을 탄약류에서 반도체 등 부품까지 확대해 부품 단종이나 납기 지연 등 공급망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공급망 충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산 업체가 수입처를 다변화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 때문에 특정국 수입 비중이 높은 소재·부품의 경우 해당국이 공급을 제한하면 무기체계 적기 전력화와 방산 수출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자로 ‘공급망 안정화법’이 시행됨에 따라 부처 통합으로 ‘공급망 안정화 선도사업자’를 선정하고 5조 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선정되는 방산 분야 선도사업자는 수입처 다변화, 비축 등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에 대해 장기·저리 융자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수입에 의존하는 방산 소재·부품에 대한 국내 생산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방사청은 2010년부터 부품 국산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갑차량 보조 동력장치 디젤엔진, 열상 감지기용 냉각기 등의 국내 개발을 끝냈다. 이후 첨단 소재에 대한 국산화 개발을 확대해 방산 소재·부품·장비 전반에 대한 자립도를 높이려고 한다.
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범국가 차원에서 우방국들과의 공급망 협력을 공고히 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11월, 방위사업청은 한·미 공급안보약정(SOSA·Security of Supply Arrangement)을 체결해 방산 소재·부품에 대해 미체결 국가보다 먼저 미국에 공급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첨단 소재·부품 수급의 납기를 단축함으로써 원활한 공급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방위산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 방위산업 전략서에서도 무기체계 공급망의 회복 탄력성을 강조하듯이, 방위산업의 기반이 되는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K-방산의 외연을 확장함과 더불어 탄탄한 공급망 구축을 통해 내실을 다져 나간다면,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더 한층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게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