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동맹 외교를 공고히 하는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에 주어진 과제다. 한·미·일 협력 체제와 인도·태평양 4개국(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IP4) 간의 공조 체제를 논의할 적기도 길지 않고, 한·미 핵협의그룹(NCG) 아래서 확장억제 협력을 구체화하는 일도 향후 정치적 변수를 고려할 때 시급했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75주년을 맞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과 일련의 양자 정상회담은 우리의 외교적 성과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3년 연속으로 일·뉴·호 정상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받았다. 나토+IP4 체제는 한국이 동맹 및 파트너십에서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동심원이기도 하다. 그간 한미동맹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속한 안보 협력체는 충분치 않았다. 국제질서 격변기에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은 외교적 레버리지를 강화하고 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워싱턴 정상회의 선언에서 나토는, 북한이 러시아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유럽·대서양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탄약과 탄도미사일 수출을 강력히 비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 조력자’인 중국이 ‘무제한’ 파트너십과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체제적 도전을 제기하는 데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인도·태평양 4개국은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 협력 강화에 우려를 표명했고, 나토는 인·태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지원, 사이버·허위정보 대응 및 첨단 기술(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나토 간 지난해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는 북한 무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하고, 한국의 비행 안전성 검증 및 인증 능력을 나토가 인정하는 인정서를 체결해 양측 간 협력이 더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특히, 후자는 아시아 국가 최초의 사례로 상호 군사적 호환성을 통해 향후 한국과 나토 회원국 간 방산·항공 협력의 강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별도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통합하는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 핵 자산에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한반도 임무가 배정될 것임을 명확히 했다.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통해 NCG를 제도적으로 진전시킨 것도 실질적 안보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주요한 성과가 됐다.
안보는 더는 지역적이지 않고, 위협과 도전은 서로 연결돼 있다. 북핵 역량이 고도화하고 비핵화가 더욱 어려운 단계로 갈수록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공조는 필수다. 한국이 우방을 필요로 하는 만큼 나토도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나토+IP4는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우방이 모인 조직이다.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제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야 한다. 세 번의 정상회의는 이를 위한 핵심적인 경험을 제공했다. 또, 나토+IP4는 구성원에 있어 주요 7개국(G7) 외교와도 중첩되는 공통분모가 된다.
우리의 높아진 위상만큼 국제사회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국제 안보 논의의 범위와 수준을 한 차원 높일 때다. 특히, 우리에게 안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적 요소다. 안보의 공고화를 바탕으로 경제와 산업 등 다방면의 역량 강화가 이어져야 한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외교의 골든타임을 살렸다. 다음 단계로 이행할 충분한 후속 조치가 준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