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돌하는 세계와 한국의 길
(2) 할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석좌교수
中 ‘공산당 독재’ 美 ‘민주가치’
이해관계 충돌속 제로섬 게임
中, 장기적으론 경제침체 맞지만
군사력 향상통해 亞 지배국 원해
인태 균형추 ‘미→중’ 옮겨지면
한반도 주변 국제질서 극적 변화
韓, 美의 ‘힘의균형’ 유지 도와야
北核 10년내 美MD 앞지를 것
韓·美 억지력 키워 도발 대응을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만약 세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도·태평양, 그중에서도 미·중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아니면 한반도가 될 것입니다.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대체하면 한국이 마주하는 국제질서는 극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할 브랜즈(41)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석좌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가 두 개 전쟁(우크라이나·가자 전쟁) 시대에 접어든 원인과 관련해 “미국과 동맹들이 행사하는 힘의 수준이 20년 또는 30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그래서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에서 현상 유지에 도전하는 여러 수정주의 세력이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미 정치·국제관계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학자인 브랜즈 교수는 오는 8월 27일 ‘문화미래리포트(MFR) 2024’ 기조연설자로 참석한다. 브랜즈 교수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에 대해 “협소하게 정의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방주의 외교”라고 평가했다. 그는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한 핵·미사일은 계속 발전하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세계가 ‘두 개 전쟁의 시대’에 접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세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디가 될까.
“탈냉전 시대는 미국과 그 동맹들이 확실한 힘의 우위를 점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간 침략·정복도 억제할 수 있었다. 현재는 미국과 동맹들이 행사하는 힘의 수준이 20년 또는 30년 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에서 현상 유지에 도전하는 여러 수정주의 세력이 등장했다. 만약 세 번째 전쟁이 발발한다면 인도·태평양, 그중에서도 미·중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아니면 한반도가 될 것이다.”
―4∼5년 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중국 군사력 증강이 임계점에 도달하고 미국과 역내 동맹의 군사력 강화는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한 2020년대 후반이 가장 위험하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본토에 가까운 섬 하나를 점령할 수 있고, 전체 또는 부분 봉쇄에 나설 수도 있다. 대만군 시설에 대해 선별적 공격을 할 수도 있고, 전면적인 상륙전이나 공습을 할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마지막 옵션(전면전)이 얼마나 큰 도박인지 알지만, 전면전 외 다른 옵션은 대만의 정치적 현상 유지를 결정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대규모 무력 사용의 유혹이 있을 수 있다.”
―대만 침공 시 미국이 우크라이나, 중동과 달리 미군의 직접 개입을 약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경우 한국·일본에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미군이 직접 개입하려는 이유는 첫째, 인도·태평양이 향후 수십 년간 지정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둘째로 대만은 조약동맹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대만관계법 덕에 준동맹 지위를 가진다. 셋째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방어를 거듭 말하는 이유는 우크라이나처럼 미군이 직접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시 주석이 내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충돌 시 미국이 일본에 기대하는 역할은 다름 아닌 참전이다. 지리적으로도 일본은 전쟁에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다르다. 북한 문제가 지속하는 한 한국의 주요 안보 도전은 결코 중국이 될 수 없다. 한국 내 군 시설 접근 권한을 요청하거나 필요하면 한국에 주둔한 병력 재배치, 군사·정보자산 또는 탄약·보급품 지원 등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참전국이 될 가능성은 일본보다 훨씬 작다.”
―미국이 미·중 패권 경쟁의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장기적으로 중국은 경제 침체기에 놓였고 정치적으로 실행 가능한 옵션이 없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고사하고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특히 중국은 향후 수십 년간 경제를 압박하고 사회 긴장을 조성할 인구통계학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 정치도 미국을 추월하는 데 필요한 혁신과 높은 경제성장에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고 있어 미국과의 경쟁에서 계속 힘의 열세에 놓일 것이다. 다만 중국 군사력이 향상되면 미국을 추월하진 못해도 인도·태평양에서 심각한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미·중 관계는 앞으로도 극적 개선이 어렵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지배국이 되고 역내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싶어 한다. 반면 중국이 대만 침공에 성공하지 않는 한 미국은 중국의 기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 공산당은 독재가 유지되고 특권을 누리는 세상을 원한다. 미국은 민주 가치가 우세하고 보호받는 세상을 원한다.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이 택해야 할 전략은.
“미·중 경쟁은 단순히 남중국해 환초나 스카버러 암초,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대만에 관한 것이 아니다. 누가 인도·태평양 역내 질서를 규정하고 궁극적으로 누가 글로벌 질서를 설정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북한이 계속 한국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남아도 중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을 대체하면 한국이 마주하는 국제질서는 극적으로 변화한다. 나는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나라 정부·유권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이 인도·태평양에서 현재 미국이 가진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을 돕고 중국의 패권 추구에 반발하면서 북한의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처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고립주의 외교를 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가 아니라 협소하게 정의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방주의 외교다. 그는 1930년대 고립주의자들처럼 미국이 세계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80년 동안 같은 생각·가치를 가진 국가와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더 크고 자유로운 국제질서 형성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을 더는 수행할 의무도, 실익도 없다고 믿는다. 국제질서가 무너지면 가장 피해가 큰 국가는 우크라이나, 대만, 한국 등 지정학 경쟁 최전선에서 미국의 안보공약·지원에 의존해 온 국가들이지만, 더 무질서하고 폭력적이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미국도 큰 고통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왜 미국이 수천 마일 떨어진 국가를 지원해야 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항상 미 대통령의 중요 과제 중 하나였다. 트럼프가 다른 대통령들과 다른 점은 정치적으로 어렵고 힘든 그런 설명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과도한 방위비 인상, 북한 핵 보유 허용 등을 우려한다.
“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의 외교정책은 미국에 재앙이다. 하지만 몇 가지 생각해 볼 부분은 있다. 첫째, 과도한 방위비 지출이란 무엇인가.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1차적 역할을 하기 위해 국방비를 좀 더 많이 지출하는 것에 대해 나는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국방비를 지금의 5배를 지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불합리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동맹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가 미국 내에서 공감을 얻는 이유는 많은 동맹이 현재보다 방위비를 더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 보유 허용에 대해 말하자면 북한은 이미 핵무기 수십 개를 보유했고 점점 더 정교한 운반 능력을 개발 중이다. 지난 25∼30년 동안 어떤 행정부도 이러한 현실에 의미 있고 지속적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한 핵·미사일은 계속 발전하고 정교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의 확장 억제가 북한 핵 위협 억제에 충분한가. 한국의 자체 핵 개발 주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10년 내 북한 핵·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능력을 앞지를 것이다. 다만 나는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역내 다른 국가를 상대로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신 북한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기 위해 전면전의 임계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더 도발적 태도를 보일 것이다. 워싱턴선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전략 계획 메커니즘을 만들고 미 전략자산을 수시 배치하는 것을 승인했다. 한·미가 억지력뿐 아니라 한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조처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전술) 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민 대다수는 자체 핵 보유를 원하지만 이런 질문을 백지상태에서 하는 것은 유용하지 않다. 한·미동맹을 끝나게 할 수 있고, 비확산 체제에서 국제적 왕따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데도 핵을 보유할지 물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해 북·러 군사협력을 대폭 강화했는데.
“북·러 간 합의의 대부분은 이미 하고 있는 협력을 위한 우산(보호장치)이다. 물론 러시아 석유를 북한에 할인 판매하거나 러시아 방위산업에서 일할 노동자 파견 등 다른 측면의 협력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국방기술협력 심화, 북한의 탄약·포탄 지원 증가, 잠재적으로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러시아 지원 등 양국 간 기존 협력 형태가 심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들이 적국 간의 협력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맹 간 협력을 더 강화해 이들을 견제하는 것이다.”
“피크 차이나” 中 쇠퇴 평가… “그래서 더 위험” 경고
■ 브랜즈 석좌교수는
“中 기회 잃기전 美에 도전” 진단
‘피크 차이나(Peak China).’
할 브랜즈(41)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석좌교수는 지난 2021년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와 함께 처음으로 피크 차이나라는 용어를 사용해 지난 40여 년 동안 부상해 온 중국이 정점에 도달한 뒤 쇠퇴기에 들어선 권력으로 평가했다. 브랜즈 교수 등은 특히 “강대국 간 전쟁은 성장 한계에 부딪혀 더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신흥 강국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며 “쇠퇴하는 중국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선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의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이 벌어진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과 달리 당장에라도 닥칠 수 있는 중국의 패권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미 정치·국제관계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 학자로 꼽히는 브랜즈 교수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역사학 및 정치학 학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의 전략기획 특별보좌관, 국무부 외교정책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헨리 키신저 석좌교수 및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으로 미 외교정책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를 비롯해 ‘트럼프 시대의 미국 대전략’ ‘현대 전략의 새로운 제작자. 고대 세계에서 디지털 시대까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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