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2년마다 순회… 한국선 6년만
3국 국보급 유물 만날 기회
짧게는 수백 년부터 길게는 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는 ‘진정한 명품’ 칠기를 주제로 한국·일본·중국의 ‘국보급’ 전시가 열려 이목을 집중시킨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중국 국가박물관이 참여한 한·일·중 국립박물관 공동특별전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가 지난 10일부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한·일·중의 합동 전시는 2년에 한 번 순회전으로 열린다. 한국에서는 6년 만이다. 그만큼 진귀하다. 이뿐 아니라 칠기의 정수인 색과 빛깔은 오래된 유물인 탓에 일상 습도와 온도에서 금방 색이 바래버린다. 최대 기간이 3개월이다. 이번 전시를 단 70일 정도만 만나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 번 전시를 마친 뒤에는 최소 1년은 수장고에서 휴지 기간을 가져야 하니 이번 전시를 놓치면 중국과 일본 현지의 박물관을 찾아가도 보기 어려운 셈이다.
특히 합동전시의 맛은 삼국 간의 ‘은은한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먼저 보물로 지정된 유물을 내놓으니 일본과 중국에서도 뒤따라 ‘국보급’ 유물을 내놓았다는 후문이다. 전시품은 46점이지만 볼거리와 느낄 거리의 깊이가 상당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며 먼저 만날 수 있는 건 가장 오랜 시간 옻칠 기법을 발전시켜 온 중국의 유물이다. 특히 중국이 이번 전시에서 내세운 유물은 깎아내린 ‘조(彫)칠기’다. 백번 이상 적색, 녹색, 흑색 등의 옻칠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마르기 전 파내 결마다 다른 빛을 뽐낸다. 노나라 왕이 제작해 명나라에 전했다는 ‘흑칠 중화 7현금’은 중국에서도 국보급으로 인정받는 유물로 제작된 지 480년이 지난 지금도 빛깔은 물론 연주까지 가능하다.
전시의 중심부에는 가장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한국의 나전(螺鈿)칠기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나전칠기가 고루 전시돼 자개를 ‘붙이는’ 기법의 발전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일본에서 환수돼 보물에 지정된 고려의 ‘나전 칠 모란·넝쿨무늬 경전 상자’는 규칙적 문양 배열로 우리 고유의 단아함을 보여준다. 조선 중기와 후기에 들어서며 자개를 망치로 때려서 펴는 ‘파찰법’이 발전하며 익히 알고 있는 불규칙적으로 빛을 산란시키는 칠기가 발전하고 동시에 부유층의 생활용품으로 다양하게 변주돼 사용된 칠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붉은 칠 바탕으로 봉황 자개가 수놓아져 왕실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품도 눈에 띈다.

전시의 마무리는 보존기법의 진수를 보이는 일본 유물이 맡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칠기 기법은 ‘금을 뿌려’ 만든 마키에(蒔회)다. 특히 금가루를 곱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의 부재로 옻칠에 잘 달라붙지 않는 굵은 입자의 금가루를 옻칠에 붙인 뒤 다시 흑색 옻칠을 하고 조금씩 깎아내 흑색과 금빛이 조화를 이루는 ‘마키에 칠 연꽃무늬 경전상자’는 일본 고유의 정갈함을 한껏 뿜어내며 공간을 채운다. 전시는 9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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