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 서울을 동서로 관통하는 한강은 서울을 상징하는 하천임과 동시에 ‘한강의 기적’에서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요한 상징 중 하나다. 그러면 이런 한강은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일까? 우리가 늘 부르고 있는 이름이지만,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강(漢江)에서 ‘漢’은 일반적으로 ‘크다’는 뜻의 고유한 우리말 ‘한’을 한자의 소리를 빌려 표기한 것으로 설명한다. 한강은 큰 강이기 때문에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필자가 보기엔 잘못된 설명이다. 한강은 서울 송파구의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지역에 있던 백제의 수도 漢城(한성)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이름이다. 우리말 ‘한’은 삼‘한’과 그것을 모태로 만든 대‘한’민국, 소리가 약간 변한 신라의 마립‘간’과 이사‘금’ 등에서처럼 ‘우두머리’라는 명사의 의미도 가진다. 漢城은 백제에서 가장 높은 우두머리인 ‘한’, 즉 임금이 사는 궁성을, 나아가 그 궁성이 있는 수도의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었고, 漢江은 임금이 사는 수도를 흐르는 강, 즉 ‘임금의 강’이다.
475년 9월, 고구려 3만 대군이 백제의 수도 한성을 함락시키고 개로왕을 처형하자, 22대 임금에 오른 문주왕은 10월에 곰나루(熊津)로 수도를 옮겼다. 궁성으로 熊津城(웅진성)을 쌓았고, 당나라의 熊津都督府(웅진도독부)와 통일신라의 熊津州(웅진주)를 거쳐 757년(경덕왕 16)에 주(州) 앞에는 한자 한 글자로 쓴다는 원칙에 따라 熊州(웅주)로 바꾸었다. 하지만 백제와 신라 사람들은 웅진과 웅주가 아니라 곰나루와 곰주(熊州)로 불렀고, 고려 초 곰주와 소리가 비슷하면서 한자의 뜻이 좋은 公州(공주)로 한자 표기를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옛 문헌에는 공주 지역을 관통하며 흐르는 강을 ‘곰’ ‘공’과 비슷한 소리의 한자 錦(비단 금)을 빌려 錦江(금강)이라고 표기했다. 금강은 비단강이 아니라 천도 전의 수도 한성을 흐르던 한강과 마찬가지로 백제의 임금이 사는 수도를 흐르는 강, 즉 ‘임금의 강’이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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