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

앞선 청문회에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환수 의지를 드러냈던 강민수 신임 국세청장이 실제 이에 대한 과세 및 환수를 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강 청장은 오는 23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앞서 지난 16일 강 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 메모’에 대해 불법 자금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강 청장은 "시효, 관련 법령을 조금 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시효가 남아 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지난 5월 30일 처음 언급됐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 김옥곤 이동현)는 5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1700만 원, 위자료로 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에서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과거 선경(SK) 측에 약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인정하면서 1심(665억 원) 대비 재산분할 액수가 20배 이상 늘어났다.

국세기본법 26조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세, 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과세 당국이 최 회장, 노 관장의 2심 판결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만약 과세가 가능하다면, 그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당시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김 여사의 메모에는 SK 측으로 흘러간 300억 원에 다른 인물들에게 들어간 자금을 합치면 총 90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세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증여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세기본법 26조에서는 증여자, 수증자가 사망한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정했다. 노 전 대통령과 비자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기 어렵다. 다만 최 회장이 자금을 받았다면 증여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비자금을 전달했을 당시에는 현행 국세기본법 규정과 같은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소급해 과세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과세당국은 항소심 재판부가 비자금의 근거로 든 ‘선경 300억 원’ 메모의 신뢰성과 실제 비자금이 전달됐는지 여부, 또 관련 법리를 실제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볼 전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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