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지만,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더해지면서 의구심 해소는커녕 또 다른 분란을 만들게 됐다. 김 여사는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 가방 수수 사건으로 12시간 가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드러난 정황과 법리 측면에서만 볼 때 ‘무혐의 불기소’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국민 눈높이다.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공인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특별한 배려를 받기보다 가혹한 대우를 받는 모양새를 갖췄더라면 시중의 온갖 의혹을 잠재우고, 특검 등 야당의 정치 공세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정반대 양상이 빚어졌다. 토요일에, 비공개로, 대통령 경호처 관할 장소에서 받아 특혜 시비를 자초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어떻게든 조사를 하려고 한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조사에 응하도록 한 것만으로 대단한 일을 했다는 뉘앙스다. 정치성 짙은 사건의 경우엔 조사 형식도 중요하다. 김 여사가 검찰청사 출두를 거부하면 공개 소환 통보하는 등 더 압박했어야 했다. 주가조작과 관련해 주범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계좌 주인 중에 유일하게 기소된 사람은 무죄가 났다. 명품백 문제는 ‘몰카 공작’이라는 데 다수 국민이 동의한다. 이젠 검찰의 정상적 처분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힘들게 됐다.

게다가 그런 ‘출장 조사’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조사가 끝날 무렵에 ‘통보’했다고 한다. 이 총장이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며 소환 조사 원칙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하극상 행태로 비친다. 이 총장은 22일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 부족하다면 제 거취 판단을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의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 사태와 닮았다.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론 지지만 높여주고, 여당 전당대회 뒤의 당·정 갈등 불씨도 키운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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