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거주 54년 지기 한대수, 고 김민기 기리는 추모글
“당신 음악은 우리에 선물
인생에서 엄청난 것 이뤄
아름다운 추억 항상 간직”

지난 21일 세상을 떠난 김민기 전 학전 대표의 부고 소식을 미국 뉴욕에서 접한 한대수(76)는 오랜 지기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이렇게 탄식했다.
한대수는 지난 5월 30일 몽골계 러시아인 아내 옥사나 알페로바를 심장마비로 갑자기 떠나보냈다. 그리고 불과 두 달이 채 못 돼 김민기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맨해튼 웨스트 53번가에 있는 세인트 토머스 교회에 들러 기도를 올린다는 한대수가 명복을 빌어줄 지인이 하나 더 늘었다. 지난해 그가 발표한 저서 ‘삶이라는 고통’의 제목과 맞닿은 이 상황에 대해 한대수는 23일 문화일보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아내를 떠나 보내고 슬펐는데 (김)민기까지 가니까 더 슬프다”며 “우리는 지금 고통의 쓰나미 위에 둥둥 떠 있다”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5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배는 한대수가 세 살 위지만 데뷔는 김민기가 빨랐다. 한대수가 지은 ‘바람과 나’가 1970년 발표된 김민기의 데뷔 앨범 ‘김민기’(사진)에 담겼다. 그리고 4년 뒤인 1974년 한대수는 ‘물 좀 주소’가 담긴 데뷔 앨범을 내놓으며 ‘바람과 나’를 다시 불렀다. 이런 인연으로 한대수가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불러 앨범에 싣기도 했다.
그는 “민기는 부드럽고 깊이 있게 부르는데 저는 강력하다. 그렇게 달랐기에 더 어울렸다”면서도 “우리는 젊은이들이 창작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 고마워하고 음악가로서 존경해왔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한대수가 보낸 추모편지
“민기 씨, 나의 위대한 친구. 당신은 결정적 인생을 살았고, 엄청난 것을 이뤘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 음악과 예술의 하나의 큰 기준이 되었고, 항상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나는 당신과 아주 아름다운 시간을 보냈고, 크고 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신이 초대해준 학전 20주년 공연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고, 50명의 관객들도 모두 울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10번씩 공연했지만, 학전 공연의 그 감동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소극장 공연이라 밴드가 들어갈 수 없어 혼자서 통기타를 쳤는데, 관객들이 나의 콧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지요. 그 안에서 나와 관객의 마음이 와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엄청난 반응이었지요. 공연이 끝난 후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만취가 되어 즐거운 파티를 했죠.
내가 미국에서 생활해 우리가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시간이 없다’고 하니까 ‘공항 가는 길에 이야기합시다’라면서 1시간 넘게 인천공항으로 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 대화가 즐거웠습니다. 민기 씨는 음악인으로서 우리나라의 보석이자 연극인으로서 문화예술을 아주 크게 발전시킨 사람입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오, 나의 친구. 그리고 하나님의 축복이 당신, 당신 가족과 함께하기를 간절히 빕니다.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사랑합니다.”
2024년 뉴욕에서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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