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당 엔화 38년만의 최저치
향후 엔고 기대에 투자 급증세
은행도 환전 수수료 인하 경쟁
6월 예금잔액 101억달러 돌파
日증시 훈풍에 직접 투자 관심
‘100주 단위’ 거래방식 고려를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이번 여름휴가를 일본에서 보내려고 계획하고 있다. 원래는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성수기 항공권과 숙박 비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엔화를 쓸 수 있는 일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여행은 8월 말이지만, 김 씨는 지난 6월 말부터 100엔당 원화 가격 추이를 지켜보며, 조금씩 엔화를 미리 사두고 있다. 그는 “환율이 조금씩 변동하기 때문에 최저점을 찍을 때마다 현지에서 쓸 돈을 조금씩 사두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당 엔화 가격이 3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슈퍼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저렴한 엔화를 활용한 소비와 투자가 늘고 있다. 저렴할 때 사두면 언젠가는 오를 거란 기대감으로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은행에서 운영하는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년 동안 100엔당 평균 원화 가격은 약 998.99원(6월 기준)이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100엔당 원화 가격은 915.60원이었다. 지난 3일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858원으로 떨어졌다. 미국 대선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최근 엔저 흐름에 제동이 걸리면서 23일 오전 9시 10분 기준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884.86원을 기록했다. 최근 엔·원 환율이 올랐다 할지라도 지난 10년 평균보다 크게 낮고, 연초보다도 낮기 때문에 통화정책 향방에 따라 추후 엔·원 환율이 다시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갖는 것이다.
저렴한 엔화를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환전을 통해 직접 갖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엔화 환전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금융회사 앱을 통해 원·엔 환율을 확인하고 최저점을 기록할 때마다 엔화를 구입해 두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환전 수수료에 대한 고민도 최근엔 사라졌다. 은행끼리 환전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붙어 수수료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인 토스가 올해 1월 환전 수수료 평생 무료를 내건 이후 시중은행도 환율 우대 정책을 속속 내놓는 상황이다.
엔화 예금 역시 대표적인 엔테크 방법이다. 한은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01억3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6000만 달러 증가했다.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예금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원화가 아닌 엔화로 국내 은행에 예금하는 엔화 예금은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워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추후 엔화 상승을 기대한 환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외화예금 가입을 통해 엔화를 모아둘 수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엔테크 방법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되는 펀드로, 추종하는 지수의 구성 종목들로 펀드를 꾸리기 때문에 ETF를 매수하면 지수 구성 종목 전체를 매수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일본엔선물 ETF’가 유일하다. 원·엔 환율이 바탕이 되는 엔선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엔화 가치 전망에 따라 엔선물지수가 등락하기 때문에 사실상 엔화를 직접 갖고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이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6%대로 저조한 편이다.
일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증시가 훈풍을 타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일본 주식은 100주 단위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선 주식 1주도 거래할 수 있지만 일본에선 증시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거래 가능 단위를 이처럼 정한 것이다. 당연히 1주나 10주 혹은 101주 등은 거래할 수 없다. 일본 주식 종목들로 구성된 ETF, 미국에 상장된 일본 증시 추종 ETF 등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공지능(AI) 열풍과 맞물려 ‘타이거 일본반도체 팩트세트’, 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일본반도체소부장’ 등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엔화를 기반으로 일본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미 국채 ETF’ 등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향후 엔화 가치 상승 기대감과 함께 미국 금리 인상이 맞물릴 경우 상승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해외 주식의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1년간 양도 차익을 계산하고 기본 공제 연 250만 원을 제외한 금액이 과세 대상이며, 양도소득세율은 22%다.
중요한 건 엔화 방향성이다. 엔테크는 기본적으로 추후 엔화 가치가 상승할 것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엔화 가치 반등 시점을 잘 살펴야 한다. 이날 교보증권은 엔화 약세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조 전환, 내수 회복 기대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엔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금리를 내려야 엔화 가치가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미국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9월 이후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국내외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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