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랑합니다 - 나의 손녀딸
엄마 몸 안에서 열 달 동안 긴 시간 껌딱지같이 붙어 숨어 있다가 ‘응애’ 울음소리를 내며 이 세상에 태어난 나의 귀한 손녀 김서현. 방긋 웃다가 금방 울고, 옹알옹알하다가 겨우 엄마·아빠 말문이 트였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이제는 초등학교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달고 입학식을 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2학년이 됐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더욱 실감하는 것은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알 것 같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할머니·할아버지 생일이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축하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쓴 손편지와 색종이로 만든 예쁜 꽃을 선물로 준다. 가끔 보고 싶어서 딸을 통해 통화를 하면 “바쁘다, 바빠. 학교 다니고 학원도 다니고…”라고 한다. 그래서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해야 한다고 하면 “존댓말은 말이 길어져서 짧게 줄임말로 한 것”이라고 재치있는 답을 해서 웃고 만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 있을 때, 손녀가 “난 이다음에 하버드대를 꼭 가겠다”고 해서 미국서 공부를 하면 몇 년 동안은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를 못 본다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척하더니 “그러면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대학 서울대를 가면 돼요. 내가 공부하고 싶은 과목은 법대와 의대 두 군데인데 과는 나중에 알려줄게요”라고 해서 가족 모두가 웃으며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평소에 내 취미가 시를 쓰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도 학창 시절에 못 이룬 꿈을 이루고 싶어 신춘문예와 시집 출판에 도전하려 한다. 그러한 것을 알고 손녀딸도 “자기도 할아버지랑 많이 앉아서 시를 잘 쓸 수 있다”고 하며 가끔 글을 써서 보내곤 한다. 어떨 때는 나보다 한 수 위의 글솜씨를 보여줄 때가 있어 놀라기도 한다.
이 글을 마치며 나에게 보내준 많은 글 중에 유치원에 다닐 때 보내준 글로 마무리하려 한다.
제목 : 첨벙첨벙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은, 나는 참 신이 난다.
첨벙첨벙 물웅덩이도 밟고, 오도독 톡톡 소리도 듣고…
창밖에서 들리는 비 오는 소리 쏴∼
그 소리가 정말 아름답다.
내가 슬플 때, 비구름도 같이 울어주는 것같이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정말 좋다.
이렇게 예쁜 글을 써서 보내주는 손녀딸이 어찌나 이쁜지 모르겠다. 점점 놀이터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는 소리가 사라지는 요즘 세상, 옛날처럼 골목에서 딱지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하고, 시끄럽다고 어른들한테 혼이 나던 그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석화(전 경찰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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