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크와 팩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김보은 옮김│디플롯


책은 원제 ‘THE IRRATIONAL APE’(비이성적 유인원)에서 감지할 수 있듯, ‘동물’로서의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룬다. 합리적 사고가 가능한 인간이 왜 비이성적 판단을 하는지에 집중하는데, 왜 그렇게 사람들이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취약한지 알게 된다는 점에서도 시의적절한 연구서다.

우선 저자는 인간의 기억력을 꼽는다. 일상에서 수시로 사실과 다른 ‘거짓 기억’의 대화가 오가는데, 사실 여기엔 특별히 타인을 속이겠다는 의도가 없다. 책에 따르면, 거짓 기억도 기억이다. 애초 인간이란 경험을 편집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기억하며, 정말로 그렇게 믿는 존재라는 것이다. 우린 그걸 ‘목격담’ ‘경험담’이라는 형태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를 산다.

이에 맞서 저자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독자에게 주문한다. 법정 등에서 ‘목격자 증언’을 유·무죄 판별의 근거로 삼았다가 죄 없는 이들의 삶을 망쳤던 사회의 흑역사를 짚는다.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했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기억과 달리, 자신은 그 모습을 본 적도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는 미국의 저명한 기억 연구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사례도 흥미롭다. 지금 그는 법정에 나가 목격자 증언을 분석하고 판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사회 관심도가 쏠린 이슈에서 대중 비난·폭력을 감수하며 진실을 추구해 온 로프터스는 2016년 ‘위험을 무릅쓰고 과학의 편에 선 이’에게 수여하는 ‘존 매덕스 상’을 받았다. 같은 상을 그보다 2년 전 받은 저자는 음모론에 맞선 저술 활동과 사회 운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기억뿐 아니라 감각 또한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산악인, 마라토너 등이 극한 환경에서 자신의 옆에 동행인이 있다고 인지하는 ‘제3의 인간 증후군’처럼 인간의 감각 능력은 왜곡에 취약하다. 에베레스트를 혼자 등반하던 당시 저명한 산악인 프랭크 스미스는 옆에 동료가 있다고 확신하고 먹던 빵을 떼서 나눠주기도 했다. 의도가 선해도 자기 경험을 말하는 이는 믿을 수 없다. ‘나쁜 인플루언서’도 여기서 나온다.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유포된 백신 거부론을 따른 한 시청자는 병원을 거부하다가 사망했다. “그 누구도 오프라 윈프리보다 돌팔이 의사, 백신 반대의 광기를 주말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한 사람은 없다.” 윈프리에게 악의는 없었다.

저자는 인간의 이념, 신념도 겨냥한다. 자유시장주의를 신봉하면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경우를 어떻게 볼까. 기후변화의 영향권은 전 세계라는 점에서, 규제 없는 천연자원 활용은 재산권 침해다. 재산권 개념이 없다면 자유시장은 붕괴한다. 그런데 일부 자유시장주의자는 이념을 지키기 위해 기후변화라는 사실을 부정한다. 비합리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류를 받아들이고 고치는 태도이고 그게 과학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544쪽, 2만5800원.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서종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