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평론가의 서재

산부인과 의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오지의의 ‘출산의 배신’(에이도스)은 출산과 양육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얼마나 큰 괴리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많이 듣는 하소연 중 하나는 이런 것이다. “왜 애 낳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아무도 말을 안 해줬을까요?” 수월한 출산, 순조로운 육아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없다. 둘째, 셋째를 낳을 때도 “임신, 출산, 육아의 경험은 배신감을 안겨주기 일쑤”다. 임신과 출산은 산모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몸이 변하는데, 그 대부분은 “불편함”이다. 입덧만 해도 사람마다 천차만별. 대비한다고 대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임신이 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어렵게 성공해도, 자식은 “뜻하는 대로” 제어할 수 없는 존재다. 저자는 “자율적으로 나의 신체와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의심해본 적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출산 후 그 착각은 이내 깨졌다. “아기는, 육아는 내 손아귀를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예측할 수 없는 건 나 자신”이었다. 자녀가 생긴 후 “기쁨과 행복의 질과 양”이 최대치가 될 때도 있었고, 나락으로 떨어질 때도 있었다. “재생산은 예측 불가, 통제 불능 투성이라서 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행복도 그렇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토록 어려운 일이면서도 출산과 양육을 신성시하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지나치게 이상화된 어머니다움”, 즉 “모성 신화”가 그것이다. 태교도 그중 하나다. 전통적 관점으로 보면 태교는 “아기의 건강을 기원하는 문화”이지만, 현대인의 눈에는 “미신에 가까워” 보인다. 출산 후 엄마와 아기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리라 미루어 짐작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안다. 엄마와 아기는 끝없이 줄다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아기는 본능적으로 “최대한 엄마에게서 많은 것을” 가져오려고 하지만, 엄마의 한계는 분명하다. 아기를 키우는 일에 온갖 친척들이 동원되지만, 모성 신화는 이들 조력자를 모두 가리거나 지워버린다. 이제는 산후조리원이 마치 “사관학교처럼 신생아 돌보기에 대한” 거의 대부분을 알려주는 곳으로 등극했다. “배신”이라는 단어 때문에 출산의 부정적 측면만 부각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출산과 양육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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