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바다가 준 선물
다카오 유코 지음│김숙 옮김│북뱅크


여름 간식을 준비한다. 감자와 옥수수를 찐다. 토마토를 갈아 주스를 만든다. 수박을 한입 크기로 썰어 둔다. 우리 집을 방문한 어린이들에게 내어 줄 간식이다. 글을 쓰다가 머리에 쥐가 나고 몸이 비비 꼬이는 순간에 꺼내 먹을 셈이다. 그렇게 딴 이야기를 하고 딴생각에 빠져 있다 보면 선물처럼 다음 쓸거리가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그림책 한 권을 함께 준비한다. 다카오 유코의 ‘바다가 준 선물’이다. 하늘빛 표지를 젖히면 여러 모양의 조개껍데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가 주워 모은 것일까? 작가는 영국 남해안, 일본 오키나와(沖繩) 등을 여행하며 갖가지 조개껍데기를 주웠다. 면지에서 마음에 드는 조개껍데기를 하나 골라 보자.

입을 다문 조개껍데기가 보인다. “흔들어 보렴. 딸가닥 딸랑 소리가 나면”이라는 말과 함께, 조개껍데기는 첫 페이지 오른쪽에서 클로즈업된다. 아직은 깜깜하다. 조개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페이지를 넘기면 그 안에 든 작은 보물을 볼 수 있다. 썰물 때 해안에서 찾아낸 듯한 돌이나 장식 따위이다. 그것이 가진 아름다움에 우린 한때 매료되지 않았던가.

조개껍데기를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살며시 바다에 띄운다. 조개껍데기 하나에서 시작된 호기심과 신비, 그리고 동경은 뒤로 가면서 점층되고 확장된다. 수억 년 전의 깊은 바다, 조개 위로 켜켜이 내려앉은 모래와 진흙, 드넓은 수평선과 약동하는 생명을 차례로 비추며 우리 별의 장구한 역사를 많은 말이 없이도 부드럽게 통과한다.

넉넉하고 든든한 바다의 품을 떠올리면 인간은 조개껍데기와 진배없다. 모든 걸 신기롭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린 날에만 유효한 게 아니다. 가만히 귀 기울일 이야기가 필요한 여름, 이 그림책이 선물이 되어 줄 것이다. 32쪽. 1만60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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