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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퍼드 출판의 미래
앵거스 필립스·마이클 바스카 엮음│정지현 옮김│교유서가

출판 역사·문화 다룬 책 예찬가
비디오·컴퓨터 등장에도 건재
여전히 종이 중심인 유일 산업

수익 안되는 책도 꾸준히 생산
일반 경제학 원리 따르지 않아
사회를 비추는 거울 역할 강조


‘출판의 미래’는 언제 고민해도 이상하지 않을 주제다. 역사 속에서 출판과 독서는 매 순간이 위기였고 꽤 자주 고비를 넘어서 현재에 이르렀다. 국내 출판계에서 “단군 이래로 출판이 위기이지 않았던 적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해외에서는 “모든 세대가 책의 비문(碑文)을 다시 쓴다. 누가 책을 죽이는지만 바뀔 뿐”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1830년대 종이신문이 등장할 당시에도 사람들은 ‘책의 죽음’을 걱정했다. 1990년대에 비디오와 컴퓨터가 나오자 이제는 정말 “책이 끝장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마침내 전자책이 만들어지고 스마트폰이 발명됐다. 다른 매체가 일찍이 디지털 전환을 마쳤지만, 출판은 여전히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이 중심에 있는 거의 유일한 산업으로 살아남았다.

옥스퍼드 국제 출판 센터 소장이자 옥스퍼드대출판부의 편집자 출신인 앵거스 필립스와 영국 런던의 출판 기업 카넬로의 창업자인 마이클 바스카가 22명에 달하는 필자들의 글을 모아 총 25장에 걸쳐 쓴 700쪽 분량의 책은 출판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출판문화와 마케팅,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그 전반을 보여준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필두로 영국 인명사전 등을 출간하며 1970년부터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대학출판부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다루는 ‘출판’의 과거와 미래는 “신사적인 분위기, 책이 가득한 사무실, 고루함과 느긋함”이 아닌 “전통과 혁신의 상호작용, 사상과 문화의 미개척 지대에서 일하는 흥분감,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는 능력”으로 가득 차 있다.

흔히 책은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에 소극적인 아날로그적인 매체로 평가받지만 이는 오해다. 현재 영상부터 음악까지 모든 콘텐츠를 아우르는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1701년 종이책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초로 만들어졌다. 15세기 인쇄기의 발명과 함께 가장 먼저 출발한 산업도 바로 출판이다. 이후 종교개혁부터 과학혁명, 낭만주의와 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사회 변화의 최전선에 선 것은 언제나 출판이었다.

출판산업의 특별함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책에 언급된 산업적 측면을 자세히 파헤쳐보면 이는 더욱 흥미롭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재편된 출판 시장은 더 큰 자본이 더 큰 수익을 이끄는 ‘규모의 경제’와 같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따르기도 하지만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선 출판산업에서 책이라는 제품은 프리미엄 방식의 완전가격차별을 채택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미국에서만 1억6000만 부가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는 저자 J.K. 롤링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특별판을 웃돈을 붙여 판매할 수 있었겠지만 출판사는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는 ‘양장본(하드커버)’의 책은 미국 기준으로 10권 중 7권이 적자이고 2권이 본전을 건지고 1권이 흑자를 거둘 만큼 터무니없는 수익 구조로 돼 있음에도 출판사는 여전히 양장본을 생산한다.

책은 신제품(신간)보다 기존 제품(구간)을 바탕으로 사업을 유지하는, 그럼에도 신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는 몇 안 되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런 가혹한 출판의 경제학 속에서도 세계에는,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왜 여전히 수많은 출판사에서 매주 새로운 책이 쏟아져나올까? 필자 중 한 명인 앨버트 N. 그레코의 대답은 간단하다. “책 출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부터 개발도상국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의 꿈까지, 온갖 생각과 이론의 전파에 관여한다. 책은 사람을 자극해서 생각하고 현상에 도전하고 공직자 선거에 출마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하게 한다.”

단순히 수익을 내는 사업이 아닌 “사회를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사회를 만드는 주체”인 출판의 의미는 결국 생산자인 출판사의 책임감을 높인다. 책에는 출판계에 전하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도 담겼다. 문화적 고려 사항과 경제적 과제가 우위를 두고 다투는 출판산업의 “야누스 같은 면”을 꼬집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과 지식재산의 거래자, ‘콘텐츠의 대가’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

700쪽이 넘는 소위 ‘벽돌책’이지만 1000년에 가까운 출판산업의 역사를 고려하면 ‘압축본’에 가깝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공존해야 하는 지금, 출판은 늘 그렇듯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이했다. 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될 때 이 책을 펼쳐보게 될 것 같다. 724쪽, 4만2000원.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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