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89%가 ‘취업가능·승인’
‘기업유착 방지’ 도입취지 무색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를 퇴직한 공직자의 취업심사 통과율이 9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심사를 통과한 ‘허리급 간부’들이 공정위로부터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쿠팡 등 민간기업이나 공정거래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김앤장 등 대형 로펌으로 잇따라 소속을 옮기는 탓에 공직자와 기업의 유착을 방지하고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된 취업심사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공정위의 ‘퇴직자 재취업 현황’(2019년∼2024년 6월 말)에 따르면, 공정위 직원 총 35명(회사 인수합병으로 인한 1명 중복) 중 31명(약 89%)이 ‘취업 승인·가능’ 판정을 받았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 후 3년 안에 재취업을 희망하는 공무원은 취업심사를 거쳐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승인·불승인’을, 업무 관련성이 없다면 ‘가능·제한’ 판정을 받게 된다.
퇴직한 공직자가 희망하는 ‘취업경로’를 보면, 민간기업(19명)이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 중에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를 놓고 공정위와 법정 공방을 벌이는 쿠팡, 계열사와 협력사들을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여시키는 ‘벌떼 입찰’로 608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호반건설 등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등으로 규율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민간기업 다음으로는 대형 로펌(14명)이 뒤를 이었고, 이 중 4명은 ‘불승인’을 통보받았다. 한 3급(부이사관) 공무원은 올해부터 적용된 ‘예외규정’에 따라 공시대상 기업집단에서 ‘총수 동일인’ 지정을 피한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가기 위해 ‘취업 가능’ 판정을 받기도 했다. 직급별로는 취업심사 대상자(35명) 중 과장급인 4급(서기관)이 14명(회사 인수합병으로 인한 1명 중복 집계)으로 가장 많았고, 5급(사무관·10명)이 뒤를 이었다. 허리급 간부들의 조직 이탈에 대해 공정위 안팎에서는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지난 2019년 1월 노조와 자율 협약으로 맺은 ‘상향식 간부평가’를 문제 삼는 시각이 많다.
현재 공정위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위해 자율 협약에 따라 매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국·과장급 보직자에 대해 이들과 함께 일한 직원들이 평가를 하고, 평가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상향식 간부평가에서 고평가를 받아야 요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큰 탓에 업무 욕심이 많은 간부들은 정당한 업무지시조차도 부하직원들이 ‘갑질’로 해석할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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