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 양궁이 2024파리올림픽에서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 쾌거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노장 전훈영과 신예 남수현, 임시현 세 명이 한 팀이 돼 선배들의 뒤를 이었다. 이러한 양궁 신화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또,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중국을 맞아 슛오프라고 하는 축구의 페널티킥 같이 마지막 순간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5 대 4로 겨우 이겨 양궁계에 새로운 과제를 남기게 됐는데,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양궁 신화의 배경으로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40년에 걸친 약 500억 원 상당의 국내 양궁협회 지원을 이구동성으로 꼽는다. 거기에 더해 알파고처럼 인간을 이기는 슈팅로봇과 결승전에도 선수의 심박수를 분당 70∼80회까지 떨어뜨리는 심리적 훈련을 시키는 첨단 과학, 그리고 선수 선발에 있어 지난 대회 우승자들도 탈락시키는 공정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라고들 말한다.
우리는, 7000년 전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에 나타난 사슴 같은 동물을 향해 활을 쏘려는 인물과 고구려 무용총 벽화 속의 활을 쏘는 수많은 인물, 또 최근에 경주에서 발견된 쪽샘 44호 고분의 활을 든 인물상 등에서 보듯 선인들의 궁술 유전자(DNA)를 타고난 게 아닌지 상상해 본다. 또한, 조선조 500년 동안 800번의 무과시험에서 활쏘기가 빠지지 않았고, 쇠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자유자재로 집어 먹는 한국인만의 손동작에 그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
1963년에 대한궁도연맹이 세계궁도연맹(FITA)에 가입했고, 1972년 국방체육이란 이름으로 남학생에게는 태권도를, 여학생들에게는 양궁을 가르쳤던 과거의 유산이 오늘 10연패(連패) 신화의 바탕이었음도 엄연한 사실이다.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3년에 대한궁도협회에서 대한양궁협회가 독립하면서 활쏘기의 세계화를 이룩해 오늘과 같은 신화를 이뤄내게 됐다. 하지만 양궁 선수들이 이룬 업적이 미래에도 여전히 신화로 남아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올림픽 직전에 열린 3번의 월드컵대회에서 중국은 한국인 권용학 감독의 코치를 받으며 우리나라를 2번이나 앞질렀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8명의 한국인 코치가 다른 나라 양궁팀의 감독을 맡아서 우리 팀과 경쟁하고 있다. 이제 훈련 방법에서는 우리 선수와 다른 나라 선수들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양궁 단체전에서는 4세트까지 가서 승부를 내지 못해 선수 한 명당 한 발의 화살을 추가로 쏴서 팀 합계 점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슛오프로 승부를 가리는데, 준결승과 결승전을 보는 국민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했다. 앞으로도 과연 우리나라 양궁이 계속 신화를 써 나갈 수 있을까.
10연패의 신화를 물려받은 양궁인들이 미래 세대에도 확실히 유무형의 스포츠 유산을 잘 물려줄 수 있을까? 7월 30일 현재 등록된 국내 양궁 선수는 2525명이다. 초등학생 938명, 중학생 544명, 고등학생 276명, 대학생 184명, 일반인이 583명이다. 이 일반인 중에서 시·도청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사람은 97명밖에 안 된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양궁을 하는 학생 선수가 줄어들면 곤란하다. 또, 직업으로서의 일자리도 많아야 한다. 돈은 못 벌지만 즐기면서 활을 쏘는 아마추어 동호인이 많지 않으면 10연패의 신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